황금벌판을 비롯하여 곡식과 갖가지 열매들이 익어갈 때라 그동안의 폭염도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온종일 짠뜩 찌뿌린 오늘의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었습니다. 그래서 덥지 않은 하루였고, 제법 선선한 대기와 가을 기운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웃지기님들을 비롯하여 단골 독자들과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모두 별 일 없으신지요...
흑백사진을 통한 마음의 여행
이웃지기님 가운데에도 예전에 사진관에서 흑백 필름 현상 방법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웠다는 분이 계십니다. 희미하고 어두운 붉은 빛 아래서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느낌은 색다릅니다. 그런 작업이 흑백사진에 대한 애착을 키우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흑백사진이 달라보이기도 하구요.
여기에도 여러 번 소개를 하였습니다만, 저도 흑백사진을 특히 더 좋아합니다. 여러 특성들이 우리 인간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으며, 그 당시 현장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는 다른 민족, 지금 시대와는 다른 과거, 우리가 사는 이 곳, 이 현장과는 다른 공간이지만, 그 당시의 그 서정을 맨발로 거닐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100여년 전의 아시아 작품들(Asianart.com)을 찾아 그 시대로의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위 작품도 그런 시간 여행으로 이끌 흑백사진입니다. 어제가 63주년, 광복 기념일이고 주말과 연결된 휴일이어서 외국여행 중에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먼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저와 함께 거닐어볼 1870년대의 스리랑카(Sri Lanka)로 초대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도록 좌선의 세계로 초대하는 흑백사진
30분 정도의 좌선으로 하루를 되돌아보며 잠자리에 든다는 이웃지기님 얘기를 들었습니다. 잠시 그런 참선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사진 속의 풍경을 거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의 뒷 산 같은 무척 자연스럽고 정겨운 배경입니다.
오늘의 첫 작품인 위 사진은, 대략 1870년 경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진가, 스켄(W.L.H. Skeen, 1847-1903)이 포착한 풍경입니다. 지금의 스리랑카이며, 인도 남부의 섬나라였던 실론의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 Ceylon, Sri Lanka)에서 찍은 것입니다. 오랜 뒤인 1972년, 스리랑카(Sri Lanka) 공화국으로 개칭된 지역입니다.
불상의 얼굴 표정이 무척 자연스럽고 우리 보통 사람들의 참선 모습 그대로를 조각해 놓은 듯 친근해 보입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불상들의 표정이나 인상과는 사뭇 달라보여 인상적이고 더 재미있기도 합니다, 불상의 모습이 무심한 표정으로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너무도 닮아 있어, 이 또한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위 사진이 어떤 상황일까 무척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널부러진 돌재단 위에 안정적인 자태로 앉아 있는 불상은, 금도 가고 여기저기 패여 있어 오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웃처럼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성불을 한 듯 자연스러운 상황의 포착이 일품인,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바로 이 작품을 감상하고 그 작가와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놀랐던 사진입니다. 윗 작품과의 여행에서 좌선을 함께 한 다음, 이 사리탑 주변을 거닐며 마음을 다스리고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연결이 좋은 여행이 될 듯 합니다.
삶에 파고든 불교의 세계를 보여주는 흑백사진 두 점
이 곳 역시, 위 사진처럼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의 풍광 좋은 뒷 산에 있는 어느 절터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우리네 산사의 잘 정돈되고 규격화된 사리탑 주변이 아닌, 우리 마을의 변두리 같은 느낌이어서, 산책하듯 쉽게 찾아 거닐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역시, 대략 1870 년 경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진가, 조셉 로턴(Joseph Lawton, ?-1872)이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공교롭게도 위 작품과 같은 스리랑카의 실론 지역,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 Ceylon, Sri Lanka)에서 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동시대, 같은 지역에서 다른 두 작가가 포착한 비슷한 풍경입니다.
설명이 없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제타와나라마(Jetawanarama)라는 당시에는 유명했던 성인의 사리탑(Dagoba)으로 보입니다. 묘처럼 만들어놓은 둥근 분봉 위에 자연스럽게 돌로 탑을 만들어 세워놓은 모습이며, 역사적으로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곳으로 보입니다.
지금 위 사진 속, 1870년대 스리랑카의 실론 지역을 맨발로 거니는 느낌으로 여행하고 있지만, 사실 현재 스리랑카의 실론지역, 아누라다푸라의 모습은 어떨지, 지금의 풍경은 얼마나 어떻게 변해 있을지 사실 그 모습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마을 전체가 성자를 꿈꾸 듯,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삶을 초월한 듯, 무척 여유로운 풍경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위 두 작품 모두 심심한 듯 조용하고 한적한 듯 호젓한 느낌이 매우 인상적인 사진들입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어디론가 슬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우리와도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지역의 어느 조용한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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