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을 찾아 쉬어가시는 독자들 모두, 8월을 보내는 지난 마지막 주말을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여러 이웃 블로거들 덕분에 오랜만에 맞는 주말같은 휴일을 보냈습니다. 리듬이 흐트러졌던 그동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주말 동안, 정말 다디 단 "단잠"을 잤습니다. 자도 자도 또 졸릴 정도로 정신을 못차리고 잠에 취해 보냈던 주말이었습니다. 잠으로 마무리한 8월이었고, 오늘은 비로 시작하는 촉촉한 9월을 맞고 있습니다.
"잠"과 관련한 아름다운 우리말
오늘 같은 날에 잘 어울릴, 지난 번에 소개했던 "비"와 관련한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읽어 챙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에 이어 2탄으로, 오늘은 "잠"과 관련한 섬세한 우리말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아래의 글은 "김지형의 국어마당(http://kugmun.com)"의 우리말 이야기와 " 우리말사랑누리집(http://www.woorimal.net)"의 아름다운 우리말에서 옮겨 종합, 정리한 것이므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하다보니, 모르거나 처음 듣는 말도 적지 않습니다. 아는 말들이고 참 좋은 표현인데도 적절한 곳에 알맞게 자주 사용하지 못했던 낱말들도 적지 않음을 시인하며, 또 이 기회에 반성해 봅니다. 직접 찾아 알아보기는 쉽지 않아도, 이런 기회에 한번씩 읽어두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잠과 관련하여, 선잠, 풋잠, 쪽잠, 오수... 등, 참 이쁜 표현의 우리말들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더 기억해 두고, 마음에도 잘 담아 두었다가, 좋은 말, 섬세한 표현들, 적절한 곳에 즐겨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저도 해봅니다. ^^ 독자들도 이 기회에 함께 읽어 보고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로드 프레더릭 레이턴(경)(Lord Frederick Leighton, 영국, 1830-1896), 타는 듯한 유월(Flaming June), Oil on canvas, 1895, Museo de Arte, Ponce ⓒ 2008 Leighton
<< "잠" 의 종류 >>
* 꽃잠 : 신랑 신부가 신혼 여행에 가서 자는 잠
* 여윈잠 : 충분하지 못한 잠
* 풋잠 : 갓 든 옅은 잠. 반대말 : 귀잠, 굳잠
* 귀잠 : 깊이 든 잠, 굳잠이라고도 함.
* 등걸잠 : 옷을 입은 채로 아무 곳에서나 쓰러져 편치 않게 자는 잠
* 말뚝잠 : 앉은 채로 자는 잠
* 수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 쪽잠 : 짧은 틈을 내어 불편하게 자는 잠
* 겉잠 : 선잠. 깊이 들지 않은 잠. 자는 체하는 것
* 갈치잠 : 방이 좁아서 여러 병이 갈치처럼 모로 자는 잠
* 개잠 : 개모양으로 팔다리를 오그리고 자는 잠
* 재잠 : 깨었다 다시 자는 잠
* 오수 : 낮잠(午睡) / 포만감에 잠깐 오수에 젖었더니
▲ 렘브란트(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 네덜란드, 1606-1669), 잠자고 있는 헨드리키에(Hendrickje sleeping), 1655, Brush drawing,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2008 Rembrandt
빛의 마술사라는 극찬의 평가를 받고 있는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 네덜란드, 1606-1669)가 그린 바로 위 ' "잠"을 자고 있는 여인, 헨드리키에(Hendrickje Stoffels, 1625/6 - 1663) ' 의 그림은 한번 보고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이 간직해온, 글쓰는 저에게도 남다른 애정이 어린 작품입니다.
실제로 그림에서 보면, 헨디케를 바라보는 렘브란트의 애정 담긴 풍부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헨드리키에를 감싸고 있는 붓의 부드러운 필체와 단색으로 표현된 색채나 명암의 농담에서 절제된 정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렘브란트가 사랑하였던 여인, 헨드리키에
이 헨디케란 여인은 실제로도 렘브란트의 사생활과 인연이 깊습니다. 렘브란트의 아내 사스키아(Saskia)가 죽고 난 7년 뒤인 1649년, 그러니까 렘브란트의 나이 44세가 되던 해입니다. 그녀는 처음 렘브란트 집안의 가정부(하녀)이자 렘브란트의 아들 티투스(Titus)의 보모(dry nurse)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헨드리키에는 렘브란트가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으며, 결국 안주인이 되었던 여인입니다. 1654년에는 사랑하는 딸 코르넬리아(Cornelia)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기도 하였고, 7년 뒤인 1663년에 렘브란트의 곁에서 죽음을 맞았던, 렘브란트와는 매우 인연이 깊은 여인입니다.
특히 서양화에서 붓을 사용해 그린 스케치 그림을 만나기는 결코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위 렘브란트의 데생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재가 남다른 꼭 "우리 동양화" 한 점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붓으로 그린 스케치 그림은 렌브란트의 그림 가운데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작입니다. 겉칠을 다하지 않아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 같은, 그래서 감상하는 독자가 미완성의 작품처럼 느끼게 만드는 독특한 그림입니다. 특히 헨디케의 그림에서 이런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기대어 팔 다리를 오므리고 자는 귀여운 모습이 꼭 개잠이나 쪽잠, 또는 낮잠에 해당할 듯 합니다. 저도 이따금씩 헨드리키에처럼 책상에 엎드려 잘 자곤 하는데, 몸이 먼저 뻐근해져서 곧 깨게 되므로 잠깐의 선잠(겉잠)이나 풋잠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의 단잠이 들 만큼, 저 자신도 즐겨할 만큼, 잠깐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본능적인 자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하고 팔 다리가 절여 금방 곧 얼핏 든 잠에서 깨곤하는 자세이므로, 옆에서 얼핏 보기에도 참 불편해 보이는 선잠입니다.
개 모양으로 팔다리를 오그리고 자는 낮잠, 곧 개잠
또 맨 위,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선도했던 영국의 화가, 레이턴(Lord Frederick Leighton, 영국, 1830-1896)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화가이며, 그의 작품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많이는 소개하지 못했지만, 앞에서 "노을을 닮은 다윗의 인생"이란 제목의 그림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관련 그림으로 "독서대 앞에서 책읽기(Study, At a Reading Desk)"란 제목의 작품과 "노랑머리 아가씨(The aid with the Yellow Hair)"란 화려한 색채의 사실적인 작품들도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감상하지 못했던 분들은 이 기회에 살펴보고, 윗 그림과도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레이턴이 그린 잠과 관련한 맨 위 그림은 지난 여름에 소개하려고 벼르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타오르던 지난 여름에 소개할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품 넓은 소파에 드러눕다 싶이 팔을 베개 삼아 쭈그리고 자는 모습이, 역시 아래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개잠이나 낮잠에 해당할 듯 합니다. 한 여름 더위를 잠으로 잊으려는 듯, 깊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곤이 잠이 든 모습이 귀잠이나 굳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통 꾸겨자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기도 하지만, 얼굴 표정으로 볼 때는 무척 평화롭고 편안해 보입니다. 어린 아이처럼 마냥 흐트러진 모습이 오히려 참 귀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쌔근쌔근 잠자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합니다.
가랑비와 함께 시작한 새 달, 9월의 첫 날입니다. 이 비와 함께 이 여름의 늦더위도 물러갈 듯 합니다. 이 월요일 아침도 즐거운 시간되시고, 감사의 조건이 많아지는 한 주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풍성한 가을 맞으시고, 일찍 찾아올 한가위도 넉넉한 명절되시길 미리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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