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온 말에도 줄여서 짧게 경제적으로 쓰는 표현들이 있지만, 우리 한글에서 준말이 갖는 의미는 조금 더 풍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준말의 매력은 그냥 단순히 짧게 사용하는 경제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감에서 주는 정취와 애정, 토속성, 그리고 우리 민족성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신조어나 줄임말과는 또 다른, 실용적인 한글
또한 인터넷이나 동영상 휴대전화를 포함한 디지털 매체에서 신세대라 불리는 청소년들이 만들어내는 "신조어"나 문구의 앞 글자들만 따서 압축시켜 사용하는 "줄임말"들과는 다릅니다. 또한 일상에서 쓰고 소통하는 이 준말은 새로 생성되고 쉽게 소멸하는 인터넷 용어들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준말은 결코 사투리나 방언, 은어와는 또 다르며, 분명 표준어이므로, 실생활에서 구어로 말을 할 때 구수하고 편리하게 살려 써보면 재미도 있고, 좋을 듯 싶습니다. 이 기회에 읽어보시고,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적절한 곳에 풍부하게 잘 살려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래 오늘 글은 우리 준말의 대표적인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서 옮겨 실었는데, 읽어보니 정겹고 참 재미가 있습니다. 이 글은 국립국어원, <새국어소식 10호>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본 글의 글쓴이는 양
▲ 클로드 조셉 바일(Claude Joseph Bail, 프랑스(French), 고전주의 화가, 1862-1921), 뚜껑과 손잡이가 달린 맥주용 조끼와 주전자, 그리고 사과(Apples With A Tankard And Jug), Oil on canvas, Public collection ⓒ 2008 Bail (이 가을에 어울리는 정물그림입니다. 실제 어두운 조명으로 멋을 살린 사진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연출과 명암, 그리고 재질의 탁월한 표현이 매우 사실적인 바일의 그림입니다. 저작권 시효가 종료된 그림이므로, 저작권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합니다. )
준말은 단어의 일부가 줄어든 말로, 문어보다는 구어에서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신기(?)하게도 정확한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은 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뀌었다’나 ‘사귀었다’를 빨리 말할 때 3음절로 줄여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표기할 문자가 한글에 없기 때문에 줄임말을 우리는 적지 않습니다.
‘바꼈다, 사겼다’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정확한 발음과는 동떨어진 표기입니다. 만약 정확한 글쓰기를 한다면 ‘ㅟ’와 ‘ㅓ’를 줄인 문자(ㅜㅕ)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글맞춤법 자모에 없는 글자이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준말은 글쓰기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준말을 글로 적는 것은 분명한데, 이 말이 어디서 온 말인지 금방 알아 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준말의 몇 가지를 예로 들어 같이 살펴 보겠습니다.
(1) 가. 걔, 얘, 쟤
나. 게서, 예서, 제서
다. 이럭하다, 어떡하다, 고럭하다, 조럭하다, 저럭하다
라. 골고루, 갈가리, 갈갈이, 낄끼리
마. 인마
(1가)의 ‘걔, 얘, 쟤’는 ‘그 아이, 이 아이, 저 아이’가 줄어든 말입니다. 또한 (1나)의 ‘게서, 예서, 제서’는 ‘거기에서, 여기에서, 저기에서’가 줄어든 말입니다. (1다)는 ‘이렇게 하다, 어떻게 하다, 고렇게 하다, 조렇게 하다, 저렇게 하다’가 줄어든 말로, ‘ㄱ’ 받침 대신 ‘ㅎ’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글로 쓰기에 주의해야 할 낱말들입니다.
(1라)의 ‘골고루, 갈가리, 갈갈이, 낄끼리’는 ‘고루고루, 가리가리, 가을갈이, 끼리끼리’가 줄어든 말입니다. 이는 저도 빨리 말할 때를 생각해 보면 그렇고,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준말인지 모르고 줄여서 쓸 정도로 발음하기에 편하여 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1마)의 ‘인마’는 ‘이놈아’의 준말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또 아래의 ‘가지어다’와 ‘어디에다’가 줄어든 다음 말도 줄기 전의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전마다 조금씩 다른 정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준말과 본디말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드러내 주는 실질적인 경우입니다.
(2) 가. 갖다
나. 얻다
(2가)의 '갖다'는 ‘가지어다’가 줄어든 말입니다.
이런 표현을 작품에 사용한 실례를 들어 봅니다. 집 마당과 부엌에 동네 가마솥을 있는 대로 다 갖다 걸어 놓고 고방에 잔뜩 쌓인 쌀을 내어 밥을 짓고 멱서리에 퍼 담아, 관덕정 마당으로 져 날랐다.≪
(2나)의 '얻다'는 ‘어디에다’가 줄어든 말입니다. 사용 실례를 찾아 봅니다. 나는 할머니가 돈을 얻다 감춰 두나를 알고 있었다.≪
(3) 가. 애최, 근데
나. 갖고, 엊저녁
반면에, 사전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준말이 표제어로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이 낱말들은 많이들 쉽게 사용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위 (3가)의 ‘애최’는 ‘애초에’가 줄어든 말이며, ‘근데’는 ‘그런데’의 준말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이 '근데'는 발음하기에도 무척 편해서 저도 참 많이, 거의 늘상 애용하고 있는 말입니다.
또 (3나)의 '갖고'는 "가지고"를 줄여서 쓰는 말이며, '엊저녁'은 '어제 저녁'의 준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 못하고 편하게 줄여 쓰는 준말 표현들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갖고나 엊그제 같은 표현들은 늘 곁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French, 사실주의, 1819-1877), 과일 정물(Still Life, Fruit), Oil on canvas, 1971-2, Private collection ⓒ 2008 Courbet (위 바일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이 정물화도 프랑스의 또 다른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의 매우 사실적인 그림입니다. 바질의 그림과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며, 창가에 놓인 쿠르베의 이 정물은 밝은 빛으로 연출하여 뒷 배경의 커튼이나 과일과 그 잎새의 거칠고 투박한 질감의 표현이 탁월한 작품입니다. 역시 저작권 시효가 말료되었므로, 저작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무어’가 줄어든 말로 ‘뭐’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뭐' 대신에 ‘모’를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기입니다.
비록 발음은 ‘모’에 가깝게 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뭐’의 이중모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실 생활에서 발음할 때에나, 글로 적을 때에도 ‘뭐’로 써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더불어 주의 깊게 신경 써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우리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준말"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특히 '걔, 얘, 쟤'와 같은 아주 짧은 홑음의 낱말이나 '갖다, 얻다'와 '애최, 근데' 같은 말들은 짧아서 사용하기에도 쉽고 편하고 경제적이면서도 아주 예쁜 표현임을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실생활에서도 즐겨 사용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더 적극 권장하고 싶은 표현들입니다.
이 외에도 독자들 각자가 생활에서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좋은 준말 표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표현들이나 궁금한 준말들이 있다면, 댓글로 적어 함께 나누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함께 알아 보고 풀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며칠 새로 맑고 고운 청명함이 드높아진 하늘에 풍부해졌습니다. 하늘 한번 더 올려다볼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이길 바랍니다. 한가위 준비로 마음은 더 여유가 없겠지만, 시간 나시는 대로 들르셔서 맨발로 쉬어가실 수 있는 느긋하고 한가로운 공간이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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