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글을 말하거나 쓰고 정리하면서, 쉽고 과학적인 한글이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특히 요즈음 중국어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며 확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따금씩 난감해지거나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 늘 익숙하게 사용하던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었구나!" 하고 느끼거나 깨닫게 될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또는 이렇게 한글 관련 글들을 정리해 올리거나 맞춤법에 맞춰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가 그렇습니다.
암, 수를 따로 구별하여 쓰는 재미있는 우리말 표현
아래 오늘의 "암, 수 구별법"의 경우도 말로는 쉽게 쓰며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맞춤법이 개정되고 새롭게 정리해 소개하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별로 어려운 내용은 아니므로, 부담없이 편하게 쓰-윽 읽어두시면 좋을 것 같고, 내 기억의 점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아래 글은, "봉파리"란 필명으로 한글 관련 게시판 목록을 따로 만들어 소개하던 다양한 글들 가운데에서 뽑아 정리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자주 찾고 소통하던 곳이었는데, 많이 안타깝게도 지금은 폐쇠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소개도, 링크도 걸 수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줄 레로이(Jules Leroy, 프랑스, 1856-1921), 보석상자(The Jewelry Box),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2008 leroy (저작권 시효가 말료되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그림입니다.)
동물이나 짝이 있는 사물의 암수를 구별할 때에는, 그 앞에 ''암''이나 ''수''를 붙여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암/수''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역사적으로 ''암/수의 표현''에는 음가 ''히읗(ㅎ)''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실례를 들어보면, 병아리를 표현할 때에는 "수평아리/암평아리"와 같이 구별하여 씁니다. 이는 다음과 같이, "히읗(ㅎ)"을 포함한 음운의 합성으로 생긴 것이며, 이렇게 구별하여 쓰게 된 것입니다
우리말의 ''히읗(ㅎ)''은 평음(예사소리; ㄱ, ㄷ, ㅂ)을 만나면 격음(거센소리; ㅋ, ㅌ, ㅍ)으로 변화하여 발음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수평아리"로 변화하여 발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음(된소리; ㄲ, ㄸ, ㅃ...)을 만나면 오히려 음운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그리고 ''비음(콧소리 ; ㄴ, ㄹ, ㅁ, ㅇ)'' 등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새 한글 맞춤법에서 이렇게 통일한 것이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실례를 들 수 있습니다.
수꿩, 수소, 수사자, 수말, 수고양이, 수벌, 수캐, 수탉, 수탕나귀, 수퇘지, 수캉아지
'수소'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컷''이라고 하는 말 역시 "수ㅎ+것"의 합성어입니다. 그래서 "숫컷과 숫놈"이 아닌 "수컷"과 "수놈"으로 씁니다. 지금은 우리가 쉽게 쓰고 있는 것처럼, 한 낱말로 굳어져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동물의 암수 구별 표현 말고도, 아래와 같이 짝이 있는 사물을 구별하여 나타내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습니다.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길게 튀어나온 모양'', 혹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양'', ''잘 보이는 모양'' 등의 뜻을 나타내며, 다음과 같이 사용합니다.
수나사, 수단추, 수무지개, 수키와, 수톨쩌귀, 수틀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잠시 멍해지면서 왜 이렇게 구별하여 쓰는지 불현듯 더 궁금해졌습니다. 여기 물건의 구별 표현에서 '"수나사"란 원통의 표면에 홈을 판 나사'를 말하며, '암나사란 이와는 반대로 원통 내면에 홈을 판 나사'를 말합니다.
또한 '"수단추"란 똑딱 단추에서 암단추에 끼우는 단추로,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단추'를 말합니다. 그리고 '"암단추"란 이 똑딱 단추에서 가운데가 볼록 들어가서 수단추와 결합할 수 있는 단추'를 이릅니다.
'수무지개'라는 표현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는 쌍무지개가 떴을 때에 이 무지개를 구별하여 표현한 낱말입니다. 조금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둘 가운데 빛이 곱고 맑게 보이는 쪽의 무지개'를 수무지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수키와"는 암키와와 짝이 되는 기와로, "수ㅎ+기와 --> 수키와"가 된 낱말입니다. 즉 '속이 빈 원기둥을 세로로 반을 쪼개 놓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지붕을 만들 때 두 암키와 사이에 엎어 얹어서 잇는 기와를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 "수톨쩌귀"란 말은 생소할 것 같습니다. 근래 들어 주거문화와 건축양식이 많이 바뀌고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사라져가는 낱말입니다. 문틀에 문짝을 달 때, 사용하는 도구로 암톨쩌귀와 짝이 되는 말입니다. 즉 '수톨쩌귀는 뾰족한 촉이 달린 돌쩌귀'로, 문짝의 한 쪽, 세로 면에 박아서 문설주에 있는 암톨쩌귀에 꽂게 되어 있는 돌쩌귀입니다.
숫양, 숫염소, 숫쥐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서 알아두어야 할 암수 구별 표현이 있습니다. 위 표현처럼, ''양'', ''염소'', ''쥐''를 구별할 때에는, 아래와 같이 "수"가 아니 "시옷(ㅅ)"을 아래에 붙인 ''숫''을 붙여 사용합니다. 따로 염두해둘 낱말입니다.
▲ 줄 레로이(Jules Leroy, 프랑스, 1856-1921), 노는 시간(Playtime),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2008 leroy (저작권 시효가 말료되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그림이므로, 배경으로 불러 실감나게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읽어보았습니다. 여기에 예시한 이 낱말들만 잘 익혀두어도, 평소 "암, 수를 구별"하여 사용하시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이 10월의 첫 날, "국군의 날"입니다. 휴일이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다리던 10월 9일, "한글 선포"를 기리기 위한 기념일, "한글날"이 곧 다가오는 셈입니다.
많이 준비하거나, 또는 다양한 글들을 소개하고 나누지는 못하지만, 제 나름대로 깜냥껏 찾아보고 이렇게라도 동참을 하려고 합니다. 블로거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바라며, 이 "한글"을 주제로 함께 소통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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