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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부터 시작하여 연이틀 계속해서 가을비를 뿌리더니, 가뭄도 해갈해 갔고, 더불어 겨울을 재촉하 듯 기온도 많이 떨어져서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처럼 한 낮으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제법 선선합니다. 제법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먹구름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지만, 그 틈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이 투명하고 해맑습니다. 이런 자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덩달아 가벼워집니다.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오고, 그래서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빛의 소멸에 분노하라"고 충고하는 시인, 딜런 토마스

   이런 계절만큼은 마음 여유로워지고 풍성해질 시 한 편이 그리워졌습니다. 가을, 시 한 편과 잘 어울리는 계절 같습니다. 이웃 블로거들과 제 독자들과도 함께 감상하고 나누고 싶어서 여러가지 읽어가며 골라본 시와 그림입니다. 다른 좋은 시가 있으면 추천도 해주시고, 함께 나누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영국의 시인, 딜런 말라이스 토마스(Dylan Marlais Thomas, 영국, 1914-1953)의 시를 나누려고 합니다. 브리태니커 사전과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를 참고하여 정리한 그의 약력과 초상도 덧붙였습니다. 참고하시면서 잠시 명상에 잠겨 보시길 바랍니다.


     킨던 메리 에벨리나(Kindon Mary Evelina, 1879-1918), 시(The Poem),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2008 Kindon   (마치 연출된 듯, 시를 읽고 있는 가을 분위기와 그 표정이 생생하고 섬세하게 살아 있어 무척 아름답고 또 그래서 매력적인 그림입니다. 에벨리나의 작품으로 알려진 그림도 이 한 작품뿐이며, 어느 나라 화가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또 마음이 즐거워져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그림이므로, 배경 그림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 - 토마스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늙은 나이는 날 저물 때 열내고 몸부림쳐야한다.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똑똑한 이들은 끝장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마땅하다 알지만,
자기네 말로서 번개를 가르지 못한 까닭에,
그 좋은 밤 속으로 온순히 가지 않는다.

착한 이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자기네의 연약한 행적이 푸른 포구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억울해 울면서,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이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그리고 당신 내 아버지, 그 슬픈 높이에서
이제 제발 맹렬한 눈물로 나를 저주, 축복하십시오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토마스 폴락 안슈츠(Thomas Pollock Anschutz, 미국, 1851-1912), 동화같은 이야기(The Fairy Tale), Oil on canvas, 1902, Public collection ⓒ 2008 Anschutz   (토마스 폴락 안슈츠는 미국의 자연주의 화가로 이 정겨운 그림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을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들이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추억에 젖도록 만들어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그림이므로, 배경 그림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기회에 위 좋은 시의 저자인 딜런 토마스(Dylan Marlais Thomas, 영국, 1914-1953)에 대한 약력을 간략하게나마 알아보겠습니다. 시인이자, 극작가, 기자 등 정열적이며 천재적인 삶을 살았던 토마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를 추모하고 시를 기리는 홈페이지(http://www.dylanthomas.com/)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더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20세 때, "18편의 시"란 첫 시집으로 등단한, 천재 시인

   영국의 시인이자 산문작가인 토마스는 1914년, 영국 웨일스 남부의 글래모건주(州) 스원시에서 태어났으며, 이 곳 웨일즈 남서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스완지 그래머 스쿨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토마스도 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농부의 딸이었던 어머니와 함께 휴일이면 시골의 외할머니 댁으로 여행을 하곤 하였습니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자연과 교감하며 시적인 감성을 키울 수 있었으며, "양치식물이 자라는 언덕(fern hill, 1946)"이라는 시에서는 그 기쁨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지를 편집하고 거기에 시와 산문을 기고하며 문학적인 활동에 남다른 재주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영시에 관해서는 실제적인 지식을 풍부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과목은 공부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성적은 나빴습니다.

   그러나 20세 때 첫시집 "18편의 시"로 등단하여, 이미 천재 시인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어 "25편의 시", "사랑의 지도(The map of love, 1939)", "죽음과 입구(Deaths and Entrances, 1946)", "양치식물이 자라는 언덕 (fern hill, 1946)" 등을 포함한 "딜런 토마스 전시집"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렇게 그를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합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예민한 감수성 덕분에, 16세 때 학를 그만두고 <사우스웨일즈 이브닝 포스트>지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23세가 되던 1936년경부터 주로 런던에서 생활하였고, 1937년 아일랜드 태생의 케이틀린 맥나마라와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 2명과 딸 1명을 두었습니다.

     39세란 젊은 나이로 예술가의 삶을 접은, 비운의 시인

   그는 이렇게 이른 나이에 이미 문단에 유명해졌고 사교성도 있었지만, 아내와 늘어나는 자식들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늘 궁핍하였습니다. 또한 영국 방송협회 BBC에서 일하고 영화대본도 쓰면서 돈을 벌려고 노력하였지만, 생각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1939년까지의 시들을 보면, 내성적인 감수성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성적, 종교적 감정의 흐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토마스는 성과 죽음, 죄와 구원, 자연의 발전과정, 창조와 소멸이라는 주체들에 관하여 자기 자신을 사실적이고도 수사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시에는 철학이나 과학, 신학과 같은 관념이나 이상보다는 섹스, 출생, 성장, 쇠퇴, 자연현상, 죽음과 같은 인간의 본능과 자연스러운 체취가 물씬 흐릅니다. 그는 자연의 생명처럼,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는 예술가의 삶을 살았고, 그 숙명 속에 연명하였으며, 그 숙명 속에서 사계절을 닮은 자연처럼 소멸하였습니다.

   이렇게 그의 짧은 생애 동안, 시, 소설, 극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 기질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낭송여행을 하던 1953년, 39세란 젊은 나이로 알콜 중독과 방랑의 피로가 겹쳐 요절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가을처럼 계절에 물들어 스러졌던 것입니다.

   딜런 토마스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미국 포크 가수인 밥 딜런이 딜런 말라이스 토마스의 시를 좋아하고 그를 존경하여 자신의 성을 이 시인의 이름, 딜런에서 따왔다는 일화가 그의 약력에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기의 기운마저 경쾌한 금요일 오후입니다. 주말을 앞두고 있으니, 마음 더 가볍고 여유로운 날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휴일로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글 하나 정리해 올리기가 쉽지 않네요. ^^

   좋은 계획들을 앞두고 계시겠지요.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좋은 추억 담은 이야기들로 다시 뵐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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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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