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두번 째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주를 열고 이어가는 화요일이라 무척 분주하리라 생각합니다. 편히 잘 보내고 계신지요. 어느덧 가을이 깊고 깊었습니다. 지난 한글날을 보낸 뒤, 오랜만에 다소 깊어진 가을 정취에도 취해보고, 그림 감상을 기다리는 이웃 지기님들과 애독자들, 그리고 정기적인 방문자들의 갈증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합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가을 햇살을 선물하는 수채화
오늘은 그 동안 준비해오던 무지개빛 과수원과 가을 정취어린 그림으로, 맑고 투명하여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마음을 잡아끄는 수채화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조지 칼렙 빙업(George Caleb Bingham, 미국, 1811-1879)과 함께 미국의 풍속화를 주도했던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미국, 1836-1910)의 작품 6 점입니다. 이 기회에 바탕그림으로도 활용하여 크고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호머는 토마스 이킨즈(Thomas Eakins, 필라델피아, 1844-1916)와 함께 19세기 미국의 가장 훌륭한 화가로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호머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혼자서 그림을 익혔으며,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873년부터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소개하는 그림들은 그런 호머의 수채화 작품5점과 유화 1점을 고른 것이며, 맑다 못해 투명하여 눈이 다 부신 늦가을 햇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호머의 초상과 그의 그림들은 "The Art Renewal Center"에서 도움 받아 옮긴 것이며, 아래 호머의 약력과 설명은 "Winslow Homer, American Artist:His World and His Work(Albert ten Eyck Gardner, 1961)", 브리태니커사전, 그리고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감상에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소개하는 호머의 그림들은 독특한 수채화이므로 모두 클릭하여 큰 그림으로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연주의" 화가로 대표되는 윈슬로우 호머(Winslow Homer, 미국, 1836-1910)의 아래 초상화는 쿠르츠(Don Kurtz)가 나눔으로 기꺼이 제공한 것입니다. 호머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미술 역사에 있어서 가장 강렬하고 표현이 풍부한 작품들, 특히 바다를 주제로 한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과 어촌 현장의 생생한 작업을 담은 사실적인 작품들로 더 유명한 화가입니다.
특히 대서양 어부들의 삶을 담은 인상적인 바다 풍경들을 그렸습니다. 그런 그림들을 선보일 계획도 고려하고 있으므로 기대해주시고, 응원바랍니다. 아래 그림들에서 보시는 것처럼, 그는 사물의 고유색을 부정하고, 빛의 반사에 따라 자연의 색채를 표현하고자 했던 외광파 화가였으며, 반 아카데미적인 입장과 자유롭고 비관습적인 양식에서 뛰어났던 풍경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스케치와 수체화에 능했던 호머
화가이자 동판화가이며 삽화가이기도 한 호머는 미국 보스턴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6세 때, 당시에는 시골 마을이었던 케임브리지로 가족이 모두 이사했으며, 이 시골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아마추어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고, 19세 때 보스턴에 있는 존 버퍼드 석판화 공방의 견습공이 되었습니다.
그는 오늘 소개한 작품들에서 보는 것처럼, 특히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스케치와 수채화에 능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그린 유화는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데서 오는 상쾌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석판화를 배운 뒤 잡지 "하퍼스 위클리"의 삽화가가 되었으며, 그 당시 남북전쟁의 종군기록 그림으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야간 미술학교에서 수채화를 익혔으며, 평생 동안 동부와 남부 각지의 풍경화와 풍속화를 계속 그렸습니다. 그는 실내가 아닌, 옥외와 야외에서의 창작을 중시하였으며 밝은 색채와 광선을 존중하는 한편, 삽화의 경험을 살린 대상의 명확한 묘사가 돋보이는 독특한 화풍(畵風)을 수립합니다. 또한 통속적인 주제에 특유의 서정성을 곁들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전반의 미국 회화는 여전히 유럽의 경향과 흐름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유럽풍(風) 위주였던 당시의 미국화단에 있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킴으로써 호머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화가입니다. 대표작에 "멕시코 만류", "전선에서 온 포로들", "산들바람", "구명밧줄" 등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말년을 보내며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던 호머
초기의 호머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중기부터는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나이 40대인 1880년경, 점점 비사교적인 경향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1881년, 갑작스럽게 영국으로 건너갔으며, 2년간 북해에 접해있던 외딴 항구인 타인마우스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냅니다.
호머는 여기에서 그의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습니다. 그물을 수리하고 집을 지키며 그녀들의 남편들이 바다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타인마우스 항구마을의 굳세고 용감한 여인들을 묘사한 그림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영국 해안지방의 대기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새롭고도 어려운 기법을 구사해야 했으므로, 일종의 수채화에서 색채를 제한하는 반면 다양한 명암을 사용했으며, 특히 산광(散光)을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호머는 노년기에 들어 예전보다 훨씬 더 무뚝뚝하면서도 외로운 생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내내 계속해서 활발하면서도 대담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의 후기 그림들은 순수한 바다 풍경을 더 강조하고 있지만 주제에서는 초기 작품들과 비슷했으며, 참신한 구도와 화려한 색채를 통해 추상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여주었던 호머는 1910년, 프라우츠넥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사망하였습니다. 1890년대까지인 19세기 미국의 주요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호머의 작품들은 실제 당시에는 최고가로 팔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아주 간략하게만 알려졌을 뿐이며, 그의 미술 업적 역시 그가 죽은 뒤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 무지개빛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는 두 소녀(Apple Picking, Two Girls in sunbonnets or in the Orchard), Watercolor on paper, 1878, Terra Museum of American Art, Chicago, Illinois, USA ⓒ 2008 homer
▲ 마지막 밭 갈기(The Last Furrow), Watercolor on paper, 1878, Public collection ⓒ 2008 homer
▲ 새 들녘, 일명 부켓의 노련한 일꾼(The Veteran in a New Field aka buchet), Oil on canvas, 1865, Metropolitan Museum of Art, Manhattan, New York, USA ⓒ 2008 homer
마찬가지로 그의 그림에 비하면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을 만큼, 호머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감상하는 것처럼 한번 보면 마술처럼 호머 그림의 투명한 빛과 밝은 색채의 매력에 빠질 만큼, 어느 유명 화가들에게 결코 빠지지 않음을 확인하였을 것입니다. 가벼운 볕에서 묻어나는 깊은 가을 정취와 자연에 베어있는 여유와 풍요로움을 실감나게 담아냈습니다.
16세기 경, 자신의 모습이나 평범한 인간의 활동을 그린 그림들은 장식의 한 형태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영에 있어서의 꽃병이나 항아리, 벽화, 조각 작품의 주제는 스포츠, 사랑, 사업, 즐거움 등 주변 현실과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회화의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으로 탄생한 풍속화
이처럼, "일상적인 삶의 장면을 그린 그림"들을 "풍속화, 또는 장르화(gonre picture)"라고 합니다. "종류, 부류"를 뜻하는 라틴어, "게누스(genus)"에서 유래한 '장르'라는 말은 오랫동안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으나, 오늘날에 이 말은 문학적, 회화적 양식이나 유형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화에 있어서 풍속화나 장르화는 평범한 오락이나 동물, 풍경, 정물 등을 묘사한 그림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18세기 말에는 특히 친숙한 시골생활을 묘사한 그림으로, 더욱 정밀한 의미로 발전합니다. 이처럼 일상생활과 풍속적인 주제의 그림들은 19세기까지 지속되었으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위 세 그림은, 영국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이전인 1870년대에 호머가 그린 '농장 그림'들로, 전형적인 농장의 일상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호머의 주된 관심사는 단순히 일상생활을 묘사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화의 형식적은 관례를 새롭게 실험하는 데에 있다"라고 평가합니다.
위 그림들에서도 그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과수원이나 산 중턱의 밭, 그리고 황금빛 논을 배경으로 그 안에 묘사한 인물들을 두드러져 보이게 했으며, 그 뒤로 보이는 나무와 집, 하늘, 구름 등을 통하여 그림에 공간적 깊이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살아 꿈틀거리는 자연과 그 속에 인간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부시도록 맑게 느껴지는 시골 마을의 일상과 한없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전원 풍경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 우물에서(At the Well), 1887, Watercolor on paper, Private collection ⓒ 2008 homer
▲ 고기잡는 소년(Boy Fishing), Watercolor on paper, 1892, San Antonio Museum of Art, San Antonio, Texas, USA ⓒ 2008 homer
▲ 재미있는 일(A Good One), Watercolor on paper, 1889, Hyde Collection Art Museum, USA ⓒ 2008 homer
풍속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왔으며, 여러 세기 동안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였습니다. 이처럼 여러 세기에 걸쳐 변화하고 발전해온 풍속화의 주제는 풍속화를 보는 대중의 변화하는 태도를 반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그림들 속에서 당시 유럽과 미국의 사화적 풍토나 대중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풍속화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볼 때, 동시대의 현실이 그림의 주제가 되며, 언제나 당대의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의 장면을 그린 이런 그림들은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당시의 사회를 기록하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 호머의 1870-80년대의 풍속화를 통하여 당시 미국과 유럽의 의복과 일상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의 생활상과 의복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풍속화
하지만, 아무리 면밀하게 관찰하여 그린 그림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화가의 눈을 통해 비춰진 현실의 재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풍속화를 통한 당시 생활에 대한 짐작은 신중해야 하는데, 당시의 실제 생활이 풍속화에 나타난 것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경계해야할 사항입니다.
이처럼 호머의 위 풍속화들에서도 화가나 관람자, 또는 오늘날의 관객,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고 평범한 체험에 관련된 인간의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가가 실험한 위 5점의 수채화와 1점의 유화와 그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재질감과 재료, 표면 등을 탐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호머는 한층 자유로운 양식과 자신만의 붓질을 이용하여 우리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대상 위에 떨어지는 그림자의 효과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 풍속화를 통하여 세부사항에서 느낄 수 있는 시, 청각적인 감성과 감각적인 즐거움을 매우 분명하고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호머의 위 세 수채화 작품들은 영국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던 호머의 특징들을 특히 잘 드러냅니다. 술마시고 춤 추는 농부들의 회화적인 모습이 아닌, 주변의 강이나 냇가, 농촌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의 모습을 통하여, 호머는 당시의 관람자, 또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여가의 즐거움과 한가로운 한 때의 여유로움을 선물합니다.
특히 마치 수묵화에서 맛볼 수 있는 색채의 농담과 화폭 앞 쪽 수면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하여 그림에 깊이있는 공간감을 부여하였으며, 맑고 투명한 대기의 느낌과 직접 들이 마시는 듯한 청결한 공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출렁이는 푸른 물결의 움직임과 우물가에서 물을 따르는 농부와 닊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스테치와 동작을 통하여 청명한 음악성을 부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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