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담는 그릇은 아주 작은 종지부터 밥과 국 그릇과 찌개용 그릇까지 그 크기도 다양하며, 음식의 종류별로도 가지각색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식의 종류와 그 종류에 따른 조리 방법에 따라 도자기, 유리, 놋 그릇, 옹기, 질기 등 각기 달리 다양하게 사용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갖가지의 음식을 담아야 하는 기능에 따른 그릇의 모양이나 크기도 다 제 각각입니다. 아직 미혼인지라 집에 있는 그릇에조차도 그리 관심은 없지만, 어쩌다 할인점의 그릇가게를 지나다 보면, 정말 예쁘고 샘나는 새로운 디자인들이 많습니다.
오늘 이 탈무드에 나오는 글들을 옮겨 읽으며, "나는 어떤 그릇일까?"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나 이웃지기님들은 "저를 어떤 그릇이라고 생각할까?" 잠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압생트 정물(Still Life with Absinthe, 프랑스산 독주), 1887, Van Gogh Museum, Amsterdam, The Netherlands, Europe ⓒ 2009 Van Gogh
(고흐의 오늘 네 그림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이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고흐의 작품들을 바탕그림으로 저장해 큰 그림으로 감상하시면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매우 총명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얼굴만은 못생긴 한 랍비(스승)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이 랍비가 로마 황제의 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황제의 딸은 랍비를 보더니,
" 그토록 총명한 지혜가 이렇게 못생긴 그릇 속에 담겨져 있군."
하면서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황제의 딸에게
"궁중 안에도 술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답니다. 공주는
"물론 술이 있지요."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못생긴 그 랍비가 다시 물었습니다.
"공주님, 그러면 궁중에 있는 그 술은 무슨 그릇에 담아 둡니까?"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항아리나 술병 같은 데에다 담아두지요."
그러자 랍비는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대 로마의 공주같이 높고 훌륭하신 분께서 금이나 은으로 만든 그릇도 많을텐데, 그런 싸구려 그릇을 쓰십니까?"
공주는 과연 랍비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으며, 지금까지 쓰던 보통의 술그릇들을 모두 금과 은그릇으로 바꾸었습니다. 물론 술도 이 금과 은그릇 속에 옮겨 담아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자, 술맛이 옛날과는 달리 아주 이상하게 바뀐 것이었습니다.
"누가 이 술맛을 이렇게 만들었느냐?"
로마 황제가 크게 화를 내자 공주가 대답했습니다.
"싸구려 그릇보다는 귀한 그릇 속에 술을 담아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공주는 황제에게 꾸중을 듣고는, 그 길로 당장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잘못된 일을 하라고 했소?"
"나는 다만 공주님에게 아주 값지고 귀한 것이라 해도 보잘 것 없어보이는 그릇에 담아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고흐의 오늘 네 그림들은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이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고흐의 작품들을 바탕그림으로 저장해 큰 그림으로 감상하시면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랍비는 세상의 다양한 음식들을 담을 때에는 도자기나 유리 그릇도 필요하지만, 때론 질그릇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공주는 각 음식의 용도에 따라 필요한 그릇도 따로 있지만, 그 음식에 따라 더 잘 어울리고 그 음식을 돋보이고 맛나게 해주는 그릇이 어떤 것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세월과 그 세월이 만들어낸 멋을 알게 되면서 그릇 가운데에서도 우리네 질박한 삶과 더 잘 어울리는 질그릇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 멋스럽게 느끼고 봅니다. 또 먼 옛날 선조들이 애용했을 나무 수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산야의 들꽃과 같이 은근한 멋을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낍니다.
위 재미있는 이야기는 탈무드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이 얘기들을 옮기며, "나는 어떤 그릇일까", 그리고 "남들은 나를 어떤 그릇으로 보고 생각할까"라는 중요한 문제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하지만, 음식에 맞는 실제 그릇(?)들을 볼 줄 알고 골라 쓸 줄 아는 혜안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음식 만드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지금도 그릇 고르기에는 취미도 없는 사람입니다. 나이와 세월을 함께 먹어가지만, 그 세월만큼 삶에 대한 나의 혜안도 저축되어 가고 있는지, 또 그 세월만큼 사람을 볼 줄 아는 혜안도 함께 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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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날아라도야지 2009/08/06 22:13 삭제글과 그림이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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