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외로움을 즐겨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우리들의 삶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가운데에도 혹시 외로움을 즐기시는 분 있습니까 ? 혹시 인생의 외로움을 사랑하시는 분 있습니까 ?
우리가 인생 여정을 지나오며 사랑하게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또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살아가며 사랑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사랑해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김규항의 글' 하나를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나는 왜 불온한가(김규항 지음, 돌베게, 2005)"란 책 가운데에서 뽑은 내용입니다.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단(丹)아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이며, 편지 형식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외로움 하나씩은 담고 살 것입니다. 진솔하고 간절한 심정을 담아 딸에게 말하는 독백이 눈물이 핑 돌 만큼 외롭고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당신의 그 외로움을 사랑합니다!
단이는 단이 이름을 닮았다. ‘丹’(붉을 단). 처음 그 이름을 지었을 때 좋다는 사람이 없었다. 칭찬은 커녕 “이름이 그게 뭐야?” “배추 단이냐 무단이야?” 따위 놀리는 말만 가득했다. 그런데 단이가 이름과 합쳐지면서 확 달라지더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말은 아빠가 억울할 만큼 빨리 나왔다.
단이는 아빠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홀 규에 늘 항, '늘 홀로'라는 뜻이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빠가 외롭냐고? 그래 아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단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은 외롭지 않아도 생각은 외로울 수 있단다.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는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의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 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단이는 아빠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니? 홀 규에 늘 항, '늘 홀로'라는 뜻이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빠가 외롭냐고? 그래 아빠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단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꼭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은 외롭지 않아도 생각은 외로울 수 있단다.
이오덕 할아버지를 기억하니? 아빠가 누구보다 좋아했던 분이지. 할아버지는 워낙 훌륭하게 사셨기에 그 뜻을 따르는 이들이 참 많았다. 그분이 아빠 글을 읽고 연락을 해오자 아빠는 한달음에 만나러 갔다. 그분을 사귀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분은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너무나 외로워하셨다.
아빠는 그분의 외로움이 그분의 올바른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단아, 올바르게 산다는 게 뭘까? 아빠 생각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삶'이다. 사람들은 지난 올바름은 알아보지만 지금 올바른 건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올바른 삶은 언제나 가장 외롭다. 그 외로움만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서나 늘 그렇다.
단이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빠보다 더 많을 거다. 하지만 단이의 거짓 없는 성품과 행동이 단이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단이가 외롭길 바라지 않지만 단이가 올바르게 산다면 단이는 어쩔 수 없이 외로울 거다. 단이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면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든 고통스럽기 때문이야.
아빠는 아빠 책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었다. "그러나 내 딸 김단이 제 아비가 쓴 글을 읽고 토론을 요구해 올 순간을 기다리는 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아빠는 정말 그 순간을 기다린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단이도 술을 좋아하게 될 거다. 내 딸아, 너의 외로움을 사랑한다.
올바른 생각에서 오는 외로움. 과거의 올바름이 아닌 현재의 올바름을 알아보기 때문에 감수해야할 외로움. 가장 올바른 삶에서 오는 가장 큰 외로움. 여러분 가운데에도 그런 외로움 하나씩은 안고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당신의 외로움을 사랑합니다.
올바른 생각과 삶에서 오는 당신의 외로움을 사랑합니다
며칠 전에도 '내 무거운 책가방'이라는 시 한편으로 그가 꾸리는 블로그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윗 글을 쓴 김규항은 이 "버스, 정류장(2002/2)"을 비롯하여 "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2001/7)"과 "아웃사이더 03, 04(2001/4)", "쾌도난담(2000/10)" 등을 펴냈습니다. 이 "나는 왜 불온한가"는 2005년에 그 동안의 칼럼을 모아 4년 여만에 새로 낸 책입니다.
그는 1962년생으로 1998년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칼럼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사회문화 비평지 '아웃사이더' 편집주간을 지냈습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소재와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 그리고 사회진보에 대한 신념을 담은 그의 글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나는 좀더 훌륭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싸우는 활동가들을 알고 있다. 그들 앞에서, 글쓰기나 지식인 노릇과 관련된 내 부질없는 자의식은 그만 접어야겠다. 내 글이나 생산물이 그들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더 거들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 라고 책 처음에 쓴 그의 말처럼, 그는 분명 이론이나 글쓰기 보다는 실천에 더 목말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또한 그의 글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알리딘 '문화초대석'에서 관련하여 저자와의 대담회 행사 소식이 있어 소개합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2009, 8, 철수와 영희)' 출간 기념, '김규항, 손낙규, 하종강' 초정 대담회가 9/19(토), '문턱없는 밥집, 작은책 건물 2층'에서 있다고 합니다. 찾아가 신청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50분을 초청하므로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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