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중순 즈음, 위드블로그(이하, '위블')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캠페인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 올랐습니다. 며칠 전 성황리에 종영을 한 '아이리스'라는 드라마에서도 극명한 대립의 현실을 확인했던 것처럼,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남과 북의 통일은 아직은 소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노력은 미약해 보이기만 합니다. 더불어 이런 순수한 우리 민간의 노력들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듭니다. 다만 이런 마음들이 모여져서 발전과 희망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길 바라봅니다.
제가 생각해 본 결론부터 말하면, '동북아 평화의 기폭제'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 곧 남과 북의 통일이 될 것입니다. 한, 중, 일 세 나라의 관계 회복이 중요한 문제지만, 사실 그 전에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얽혀진 역사와 국토 경계 문제, 경제 문제들도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
물론 이렇게 선결되어야 할 조건들이 무척 많고 또 그 단계별 진행도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우리들의 마음을 모아가고 그 뜻과 계획을 함께 나누다 보면 머지 않은 미래에라도 가능하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 과정을 나름대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 먼저 독일 통일의 선례를 대략적으로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마지막 남은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독일의 통일이 있기 전에는 그 바로 전의 분단 국가였으며, 지금도 경제적으로 온전한 통일을 향해 여전히 진행 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1939년 독일 나치군의 폴란드 침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의 참혹한 피해를 남긴 채, 독일은 네 개의 점령지역으로 분할됩니다. 옆 자료와 같이 프랑스와 영국, 미국이 점령하던 서쪽 지역은 독일 연방 공화국(서독)이 되었고, 소비에트 연방의 점령 지역은 공산 국가인 독일 민주 공화국(동독)이 됩니다.
▲ 1945년, 붉은색부터 시계방향으로 소련, 미국, 프랑스, 영국에 의해 분할 점령된 독일 땅의 역사 지도
이로써 동독 주민들은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도 없이 공산주의 체제를 받아들여야 했으며, 1949년, 드디어 외세에 의해 분단되어 건국된 두 개의 독일은 서로가 독일 연방의 적법한 계승자라 주장하며 경쟁했습니다. 독일민주공화국(서독) 정부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금지했으며, 1961년 베를린 장벽을 세워 이 장벽을 넘으려는 동독 탈출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하였습니다.
처음 서독은 동독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1969년 수상으로 취임했으며, 197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당시 서독 4대 총리, 1913-1992) 서독 수상의 탈냉전 정책인 동방 정책(Ostpolitik, 화해 정책)으로 서독은 동독을 포함한 유럽 공산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즉 미국과 서독 내 보수층들은 반공주의 이념을 갖고 반대했지만,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수상은 제2차 세계 대전 피해국가 폴란드를 방문하여 전쟁 희생자들의 비석 앞에 무릎을 꿇었으며, 동독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외교 노력 외에도 1973년 동독 정부는, 동독 인민의 50%가 이미 서독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서독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당시 동독과 서독은 현재 우리의 남한과 북한과는 달리 통행과 서신 교환이 허용되었습니다. 즉 동독 사람은 국가의 허가를 받으면 서독을 방문할 수 있었으며, 서독 사람은 동독 정부로부터 방문목적과 기간 등을 확인하는 입국 심사를 거쳐서 허가를 받으면 동독 방문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 1957년부터 현재까지 독일의 땅 역사 지도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앙유럽의 나라들은 공산주의 체제였고, 독일의 통일은 먼 희망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개혁과 개방을 주창(主唱)하며,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Михаи́л Серге́евич Горбачёв, 당시 국가수반 겸 당 서기장 역임, 1931- )가 1985년에 소련의 지도자가 되면서 중앙유럽 여러 나라들의 개혁과 개방을 허용했던 것입니다.
드디어 1989년 11월 9일에 동, 서베를린을 가로막던 검문소가 없어지고 국경제한이 풀리자, 많은 동독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을 통해 서베를린으로 넘어갔습니다. 동독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민주화도 이루었으며, 언론의 자유도 보장하였습니다. 그러던 1990년 7월 1일, 마침내 양쪽 독일은 경제, 통화, 사회의 통합을 협상, 경제 통일을 실시하였으며, 10월 3일 동독 의회는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는 '흡수통일'에 마침내 동의, 동독의 다섯 개 주가 서독으로 편입되면서 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로써 서독의 독일 마르크로 화폐가 통일되었으며, 동독의 화폐는 폐지되고 서독화폐로 교환됩니다. 베를린 자유 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의 발표에 의하면, 통일에 들어간 비용은 1조 5000억 유로(1800조원)로 추산되며, 지금도 동쪽 독일의 경제 회복을 위한 매년 1000억 유로 이상의 경비가 지출되고 있습니다. 동독의 경제가 서독에 비해 취약했고, 동독과 서독 마르크 사이의 환율이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여 동독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서독과 동독 사람들의 사이의 감정 대립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렇듯 사회 구조적인 이념과 정치, 경제적인 신념이 극명한 대립을 이루던 통일 전 독일의 모습은 우리 남, 북한의 현실과 매우 흡사할 만큼 닮아 있습니다. 위 독일 통일의 선례와 전철(前轍)을 되짚어 볼 때, 많은 점들을 시사합니다. 독일처럼 우리도 한나라 한민족이므로, 우선은 1)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합니다. 2) 양 정부 모두 지금의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3) 양 정부의 직통 전화나 긴급 통신과 같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이며 직접적인 대화가 절실합니다. 4) 통행과 서신 교환, 방송의 시,청취도 점차 자연스럽게 허용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렇게 자주적인 방법과 주체적인 노력을 통하여 남, 북한의 통일이 진행되고 마침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대륙이 곧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는 동북아를 거쳐 대륙을 통해 중앙 유럽까지도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지금은 마치 섬이나 다름없는 이 한반도에 아시아와 유럽으로의 통로와 새 창구가 개설된다는 결과입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통일과 동북아시아와의 대륙 개통이 동북아 평화의 출발점이자, 바로 동북아 번영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통일의 절차와 단계적인 진행 과정에도 신경 써서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을 단계별로 짚어 봅니다.
동북아 평화의 기폭제가 될 남북 통일의 방법과 해결 과제
셋째, 반가운 소식은, 새해를 맞는 북한의 입장과 동태도 많이 변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시가행진을 통하여 '공동 사설 실천 결의 대회'를 펼쳤고, 경제적으로 민생 문제 해결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되었습니다.
북한은 새해를 맞아, 2010년 1월 1일자 노동신문 1면에 북한 '신년 공동사설'을 실었는데, 이날 이 노동신문을 비롯하여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신년 공동사설을 동시에 게재한 것입니다. 북측이 올해 이 신년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실용적 자세를 보였으며, 상반기에라도 남북경협과 같은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당국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도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원조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시급한 문제입니다. 통일 독일 2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서독이 동독의 경제적인 지원을 책임지고 있듯이, 우리의 행보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남한의 북쪽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제 원조는 물론이거니와, 국제적인 원조를 통하여 지원을 분담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한반도 통일의 대업이 숙명이고 풀어야 할 숙제라면, 당장 선결 과제로 떠오른 경제적으로도 온전한 통일은 맨 마지막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극명한 이념 체제와 국민들의 사소한 감정의 대립 문제도 이 세대의 마지막 날까지 신경써야 할 숙명의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다음 세대까지도 그 여파는 계속될 난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분단된 이념 체제의 독일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통일도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1) 첫째는 독일처럼 '흡수 통일'이 될 수 있으며, 2) 둘째는 지금의 남, 북한처럼 '두 연방 체제'에 새 헌법을 따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가운데 어떤 방법으로든 신속한 통일에 대한 희망과 염원을 품어봅니다.
여섯째, 아무튼, 이런 두 통일의 방법이 진행되려면, 그 선결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선 서신이나 방송, 통행과 같은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가 먼저 자연스럽게 허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자주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창구와 통로의 개설도 시급한 선결 조건으로 보입니다.
일곱째, 더불어 최우선으로 필요한 지금의 정부와 우리 후손의 의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합니다. 남북 양쪽의 이런 두 연방 체제의 현실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변화된 인식이 먼저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의 통일을 위해 위에서 제시한 단계별 해결 과제와 의무들을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정신과 성실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끈질기게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남북통일이 되는 날, 우리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주체자로서 당당하게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반도가 하나되는 날, 우리도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더 장기적이고 원대한 시각과 주인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온전한 대한민국이 되는 날, 우리가 동북아 발전의 주역으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중대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동북아역사재단(블로그)에서 진행하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 캠페인과 관련하여 피력했던 부족한 글을 모두 정리합니다. 여러가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저는 동북아 평화의 출발점을 곧 우리 '남북의 통일'로 보았으며, 다시 말해서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시아의 연결이 곧 동북아 평화의 기폭제가 되고, 또 세계 평화의 주역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임을 생각해 보고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위블을 통하여 많은 이웃지기님들과 이 좋은 주제로 소통하고 서로 다른 생각도 함께 나누며 교류할 있어 즐겁고 행복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2009년 위블 운영진의 노고에도 감사드리며, 존경하는 이웃지기님들과 현재 677명의 정기 구독자들, 그리고 검색을 통한 많은 방문자들 모두 강건하고 화평한 2010년 새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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