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에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 스위스, 1916-1954)의 사진과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의 그림에 나오는 "양치기 소녀"를 비교, 감상하였습니다. 이 때, 그림을 더 좋아하는지, 아니면 사진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그 때의 답변은 각기 달랐습니다. 저는 사실 사진을 더 좋아합니다. 그림보다 사진은 우리네 삶과 더 가까운 현장성과 사실성을 주관적인 생각의 주입 없이 객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성격과 장점 때문입니다.
흑백사진의 담백함과 깔끔한 아름다움
사진은 그림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서도 흑백사진은 칼라사진과는 또 다르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차분하고 평안하게 가라앉혀 주는 힘과 담백한 매력이 있습니다.
흑백 사진은 또한 독자(관객)의 시선을 편하게 이끌어줍니다. 그리고 사진 한 점 안에 담아낸 구성과 명암, 그리고 피사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화면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아량과 통일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주 오래된 사진작품 한 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비록 한 장이지만,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오랫동안 아끼고 간직해오던 것을 소중하게 꺼내 소개하고 함께 나눕니다.
이 작품은 대략 1890년 즈음에, 1861년에 태어난 사진가 칼푸스(August Kaulfuss, 이름만 전해지고 있음)가 말레이시아(Malaysia)의 페낭(Penang) 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장소가 시장 같아 보이기도 하고 100여 년 전의 거리임에도 제법 잘 정비된 번화가 풍경입니다.
오래된 사진이지만, 흑백사진이라서인지 전혀 세월을 느낄 수가 없을 만큼 잘 보존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주 선명하고 깨끗합니다. 사진을 찍을 그 당시의 현상과 인화도 무척 깔끔하고 적절하게 완성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근법과 명암을 강조하여 운동성과 통일성을 추구한 사진
위 사진의 구도와 배경처리에 대해 살펴봅니다. 대각선 구도로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또한 원근을 구별하여 명암으로 강조하였으며, 이로써 시선을 가운데 한 곳으로 모아주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은 화면 전체에 통일된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위사진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사선 아래로 모아져 있어 구성에 통일성을 더하였으며, 거리를 지나가는 다양한 풍경으로 운동성을 부여하였습니다.
그 인물들은 각기 다른 걸음과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또한 모두가 여유있는 모습으로 걸어가거나 마차를 탄 채 지나가고 있어, 활동량에도 또 하나의 통일된 법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진 한 점이 100 여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 때 그 시간 그 공간으로 되돌아 가서 그 현장으로 독자들을 불러들입니다.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듯 페낭의 거리풍경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그 당시 현장의 시끌벅적한 말 소리와 마차 굴러가는 소리 등이 귓가를 맴돌며, 19세기 페낭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고 생생하게 연상됩니다.
120 년 전이라는 말레이시아의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어준 사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참 정겹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감성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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