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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보다 사진찍기가 더 쉽게 느껴지며, 그림보다 사진이 우리들 곁에 더 가까이 존재합니다. 이제 사진기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며,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이유는 그 당시, 그 현장의 추억을 그대로 담아둘 수 있다는 사진만의 장점 때문이며, 시간과 공간의 초월하여 순간을 저장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입니다. 또한 눈으로는 다 기억할 수 없는 빛의 흐름과 주변 환경까지 사실 그대로를 담아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림은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사물에 주관적인 느낌과 정서, 또는 그 이미지를 화폭 안에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작가의 주관보다는 그 순간의 현장성과 실재의 상황 포착을 기본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림보다 더 서정깊은 사진 세계

   그러므로 사진 작품에서는 사실적인 느낌이 그 사진의 생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진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은 배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림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객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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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오늘은 이런 그림과 사진, 두 매체의 특징과 차이를 넘나들며, 그 한계를 무너트린 독특한 느낌의 사진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이고 서정성 짙은 사진 작품들이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같은 착각이 들 것입니다.
 
   앞서 감상한 클레즈(Pieter Claesz, 1597~1661)와 헤다(Willem Claesz Heda, 1594~1680)의 아침식탁은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느낌을 주었던 정물그림이었다면, 오늘 함께 감상할, 니콜라이 플라토노비치 안드레예프(Nikolai Platonovich Andreev, 1882~1947)의 작품은 마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입니다.

                                              ▲ 안드레예프(N.P.Andreev)의 자화상(selfportrait)
                                              ⓒ 2008 Andreev


   오늘의 사진과 그의 약력, 관련한 설명은 유일하게 그의 그림을 판매하고 있는 "Russian Society for Pictorial Photography"란 갤러리(http://www.photophilia.net/pictorial)에서 옮겨 번역한 것입니다. 더불어 "셀론"(http://www.saelon.com)의 글을 참조, 번역하여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앞으로 좋은 사진작품들도 발췌, 소개할 계획이므로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사진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안드레예프의 약력과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어서 그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으며, 사진보다는 그에 관한 글들을 찾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직접 고안한 현상과정과 인화기법을 활용했던 안드레예프

   안드레예프는 1882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습니다. 20세기 초에 러시아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화보사진의 국제적인 거장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1997년 10월 1-3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 세르푸코프(Serpukhov)에서 그림 같은 (화보)사진 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그 후, 안드레예프를 화보사진 러시아학회(Russian Society for Pictorial Photography)로 분류하였던 것입니다.

   아래 사진들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그는 영상의 신비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하여, 수작업으로 색깔을 변형시키는 브로모일(아래 참조, 브로모일 인화작업은 1907년에 발견된, 사진과정에서 초기작업 중 하나로, 피사체의 선명함보다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기법)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소프트-포커스 렌즈(soft-focus lense)와 자신이 고안한 현상과정도 활용하였습니다.

   그런 기법들을 통하여 믿기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색조와 미묘한 느낌을 주는 옅고 흐린 빛깔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그의 이런 암실 기법의 대부분이 영원히 비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안드레예프의 작품은 파리(1924)와 스페인(1927) 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캐나다, 헝가리,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에서 각각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상(사진)은 고맙고 친절하게 작가의 가족이 제공한 원본을 스캔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작품의 보관 상태가 대체로 양호해 보이며, 그가 직접 촬영해 남긴 위의 자화상은 매우 감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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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비추는 밤 (Moonlight Night), 1924 ⓒ 2008 Andre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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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Moonlight), 1925 ⓒ 2008 Andreev



   위 두 작품 모두 눈 쌓인 겨울 날, 농촌의 달 밝은 밤 풍경입니다. 안드레예프만의 독특한 사진기법을 이용하여, 일부러 사진의 초점을 흐려서 부드러운 달빛과 눈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둠 속에 달빛이 어스름하게 번진 느낌과 안개 낀 대기를 극대화하였으며, 눈밭의 질감을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화면 전체적으로 달 밤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정취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흑백사진이어서 눈이 내려 쌓인 모든 자연계가 눈으로 뒤덮인 흰색 풍경이 훨씬 두드러져 보입니다. 안드레예프의 눈에 포착된 시각적인 인상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위 1924-25년의 시간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같은 감동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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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공원에서 (In the City Park), 1926 ⓒ 2008 Andre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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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목 운반하기(Logging), 1925 ⓒ 2008 Andreev



   아마도  당시의 사진기와 기술로는 눈 내리고 있는 풍경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예프는 수작업과 그가 개발한 현상과정을 직접 실험하였으며, 그의 작품에 응용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이용하여 고요하게 눈 내리고 있는 눈송이 개개의 질감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정지된 순간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인 현실로 보여주고 있으며, 조용히 내리는 눈의 운동성을 현장감 있게 감각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안드레예프는 손수 현상 과정을 조절하고 인화 작업을 통하여 작품 하나하나를 마무리하였으며, 서정성과 분위기 만들어 넣는 작업을 추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진 작가는 그림을 그리듯,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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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을 지고 있는 농부 (Peasant With Fodder), 1924 ⓒ 2008 Andre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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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 (No Title) ⓒ 2008 Andreev



   갈색빛 명암이 돋보이는 위 두 작품은 브로모일 인화방법을 활용한 안드레예프의 대표적인 사진들입니다. 그래서 사실적인 사진의 명확한 촛점과 선명함보다는 서정 깊은 정서와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윗 사진에서 보면, 소가 있는 마굿간의 질박한 풍경과 달 밝은 밤으로 보이는 빛의 분위기를 은은하고 부드럽게 담아냈습니다. 이런 정취로 인하여 소와 농부가 마치 대화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근해 보입니다.

   위 무제라는 아래의 작품은 두건을 쓴 여인(느낌이 부드러워 여인으로 보입니다)이 벼나 밀베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안드레예프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인하여 밀포기 하나 하나의 질감과 밀 짚푸라기가 날리는 공간적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상상력과 실험정신의 창작물, 서정시 같은 사진작품

   아래 사진은 위 사진과 비교하여 볼 때, 질박하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상대적으로 다소 선명한 윤곽을 보여줍니다. 여인의 탈곡 작업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살아 생동하는 것처럼, 매우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밀추수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위 6점의 작품에서 감상하신 것처럼, 안드레예프만의 독특한 브로모일 사진기법을 통하여 색다른 사진의 세계와 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80년 전의 사진이지만, 지금 현재의 상황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강조해 표현함으로써 눈내린 겨울 밤 풍경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드레예프만의 상상력과 기발한 발상으로 화면 속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또 다른 사진세계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시대를 초월하여 새롭게 만난 그의 사진을 한 편의 서정시 같은 그림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사진과 그림의 세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과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 그의 그림 같은 사진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그 어떤 사진보다도 더 정취깊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 브로모일 인화방법에 대한 부연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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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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