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blogging)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고비와 난관들을 맞곤 합니다. 지속적인 블로깅을 유지하다 보면, 본인도 전혀 상상 못하던 여러 고민들을 하게 되곤 합니다. 작게는 "블로그란 무엇일까"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비롯하여, 크게는 나는 "내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근본과 블로깅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블로그를 더 좋은 개인 미디어로 가꾸기 위한 무척 다양한 사색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여지 없이 종종 반복하여 고민하곤 하는 주제들입니다. 오늘의 이 글도 그런 고민들 가운데 하나인 "블로그 잡담(5), 길 위에서 :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글로 사뭇(?) 심각하게 고민 중이시며 저보다도 더 오랜동안 꾸준한 블로깅을 즐겨오신 이웃블로거, 타라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에 써서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늘의 이 글이 위 타라님 글에 대한 즉흥적인 반응은 결코 아닙니다. 계속해 온 제 사색이었으며, 이미 오래 전에 써 놓았던 글이자, 지금도 그 사색의 중심은 변함 없이 초지일관 계속하고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저 역시도 블로깅에 대한 아래와 같은 생각과 그런 가운데 맛 보았던 즐거움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청난 소망과 기대로 시작하지만,
정기적으로 실패하는 기업으로 사랑만한 것은 없다"
이는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 이론"을 연구, 도입했던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핀카스 프롬(Erich Pinchas Fromm, 1900∼1980)이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황문수 옮김, 2000, 문예출판사)"이란 책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프롬은 1933년 미국으로 망명 귀화하였으며, 대부분이 다 알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유태인 독일계 미국인 사회심리학자이자, 인문주의 철학자입니다.
프롬은 이 책에서 사랑도 다듬고 연마해야만 하는 일종의 기술로 보며, 그 의미를 분석하고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실패를 통하여 그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기업이라고 사랑을 전제하며, 그러한 성공을 위해 인격을 발달시키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연습할 것을 주문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셨습니까? 여러분들은 "사랑"에 대한 프롬의 이런 철학에 공감하십니까?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본다면, 실패하는 기업이라는 프롬의 사랑에 대한 정의도 긍정할 수 있는 말일 것 같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기에 이런 논의가 시작되었을 것이며,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프롬의 위 주장과는 반대되는 블로깅하면서 느낀 독특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감히 저는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확신합니다. 물론 뜬금 없어 보이는 이런 반박은 부정을 위한 단순한 발상은 결코 아닙니다. 강조하여 말하건대, 이는 그동안의 제 "블로깅의 경험과 소통의 즐거움"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처름에 설레이는 기대로 블로깅을 시작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 밭에 사랑의 씨앗을 뿌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그것이 당장은 하나의 새싹으로 싹터오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이 당장은 하나의 결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썩어 그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마음 밭에 다음의 어떤 씨앗이 또 다시 뿌려질 때에는 그 새싹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왔던 씨았이었기 때문입니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기업
제 이 누리방에도 어제 그제 방문자 통계를 보니, 6-700 정도의 선에서 요 며칠 사이, 꺾은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하루에도 여러 번 다녀가는 분도 계신 것을 감안한다 해도, 하루에 500명 정도가 이 누리방의 제 부족한 글과 그림들을 구경하러 오시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블로그에 올려 발행한 글 전체 수가 145개, 고마운 댓글들이 1801개, 같은 관심으로 엮어주신 글(트랙백)이 190개, 방명록에 안부 전해주신 글이 146개인 통계자료를 비교, 분석해볼 때, 하루 평균 1.5개 정도의 엮은 글과 13개 정도의 댓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댓글에 응대한 제 답글을 제외한다면, 제가 올린 글을 읽고 의견을 주거나 안부로 댓글과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는 분들도 하루에 7-8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 방을 찾는 누리꾼들 가운데, 약 1/100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거의 대부분인 600여 명 정도가 익명으로 글만 읽고 다녀가는 셈입니다. 물론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제가 오래 전에 운영했던 네이트의 "初夏 미술관(http://tong.nate.com/sophiako)"에서 활동하였던 인연으로, 이 곳,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까지도 어렵게 찾아주시는 기존의 단골 고객(방문자)들까지를 감안한다 해도, 거의 대부분이 일반 일간 미디어(신문)나 무가지(無價紙, 무료로 나누어주는 일간지) 신문처럼 구경만 하고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통계에는 정기적으로 구독기(리더기)를 통하여 제 글을 꾸준하게 구독하고 있는, 오래된 장 맛같은 고마운 독자들의 숫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구독자수까지 감안할 때, 이렇게 제 관심 주제의 글에 역시 관심과 애정은 있어도, 별 다른 댓글이나 안부를 전하지 못하는 고객들은 위 표면적인 숫자보다도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저를 비롯한 다른 누리방들 대부분의 특징이기도 하며, 홍수같이 늘고 있는 요즘 블로그 세계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동향으로 보입니다. 이는 우리 블로거들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숫자에 있어서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것이며, 각 누리방의 성격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또 그리 간단한 한 가지 이유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홈페이지(커뮤니티, 블로그, 홈피, 누리방)도 비슷해 보입니다.
씨앗처럼 썩어져서 재순환하는 사랑이라는 기업
이런 제 블로그의 통계와 최근 블로그 세계의 경향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제가 지금 뿌리고 있는 이웃 블로거들과의 이런 댓글 소통과 관심의 나눔도, 보기에 따라서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허울만 좋은 씨앗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숫자와 통계, 그 결과가 위 타라님의 사색처럼, 제 마음에 더 허전함과 쓸쓸함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향하는 나눔의 문화는 당장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말함이 아니며, 또 그런 겉모양이나 숫자같은 통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눌 거리들 가운데에는 돈이나 물질과 같이 눈에 보이는 물건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각자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 삶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기술이나 방법, 그리고 나만의 습관과 문화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이렇게 지금 당장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800여 명이라는 누리꾼들 각자의 생각 밭에 제 생각이나 삶의 지혜를 포함한 글과 그림들이 보이지 않는 씨앗이 되어 뿌려질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은 하나의 씨앗이나 소중한 인연으로 새싹이 트거나 귀중한 결실로 맺어지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하나하나의 수많은 씨앗들은 그 토양에서 지금도 시나브로 썩어지고 또 섞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썩어 부드러워진 비옥한 토양에 언젠가는 다시 다른 씨앗이 가서 떨어질 때, 그 때에 그 씨앗에 새싹이 나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된 씨앗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다른 씨앗으로 함께 꽃을 피운 자양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랑의 씨앗으로 밑거름과 영양분이 되어 다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사이버 공간은, 온라인이라는 성격으로 보면 극히 디지털적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아날로그적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나눔의 문화도 바로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미적인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감성을 자극하는 따듯한 나눔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우리들 모두의 노력이 함께 하고, 또 끝맺지 않는 한, 세상의 모든 사랑의 씨앗은 하나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 곳이든 씨앗으로 썪어지기 때문에 결코 실패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눈으로 보이는 결실이 없어 허망할지라도, 타라님을 비롯하여 슬럼프에 파졌거나 고민하고 있는 이웃 블로거들이 있다면, 모두모두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힘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부족한 경험으로 볼 때에도, 그 것은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나누는 블로그 문화의 생태와 나눔의 재생산적인 원리, 그리고 블로그세계의 창조적인 기능을 믿고 있으며 확신합니다. 여러분들도 사랑의 생리와 마치 쇠사슬처럼 순환적인 생태를 믿으시나요? 그래서 저도 지금부터 사랑의 씨앗과 그 씨앗의 나눔을 전하러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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