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를 맞아 앞만 보고 달려온 지 어느덧 4달 째, 오늘 벌써 첫 번째 주말에 들어섰고, 그 두 번째 주를 준비하고 있으니, 돌아보면 참 숨가쁜 시간들이었습니다. 따듯하고 화사한 봄 날에 반갑지 않은 황사도 보이지만, 넓은 품처럼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하늘을 자꾸만 올려다봅니다.
어제가 "하늘 무척 맑고 푸르다"는 "청명"이었습니다. 이 때 즈음에 맞추어 감상하려고 아껴두었던 두 점의 그림을 오늘 글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앞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베르메르(Vermeer, Jan, 네덜란드, 1632~1675)의 그림과 처음 소개하는 유진 루이스 부댕(Eugène-Louis Boudin, 프랑스, 1824-1898)의 그림 두 점을 서로 비교하여 감상할 것입니다.
청명 하늘에 잘 어울리는 풍경 그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에는 그림 속의 풍경과 그 때의 그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또한 그 아련한 그리움들을 여행으로 직접 경험하고 싶은 소망이 있으며, 매우 간절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제가 이 누리방(블로그)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1665)"를 그린 화가, 베르메르의 풍경그림 속 "델프트(Delft)의 거리"를 포함합니다. 베르메르는 17세기 유럽의 집 안에서의 사소한 일상과 평온한 실내정경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주로 그렸던 화가입니다.
그렇지만 알려져있는 다수의 작품 가운데에는 몇 점의 풍경그림도 전해지고 있는데, 그가 태어난 고향인 델프트를 소재로한 풍경(View of Delft)화입니다. 매니아들 가운데 그의 실내그림보다는 이 풍경그림들을 더 좋아하는 분이 많으며, 실제로도 아래 하늘을 배경으로 한 풍경그림은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 델프트의 풍경 (View of Delft), Oil on canvas, 1659-60, 98,5 x 117,5 cm, Mauritshuis, The Hague ⓒ 2008 Vermeer(저작권 시효 말료된 작품, 자유롭게 이용 가능함)
위 그림은 구도도 안정적이며 색채감 또한 완벽하리 만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농도를 구사하였습니다. 베르메르의 고향인 델프트의 하늘 위에 거대한 구름이 장엄하게 걸려있고, 그 구름에 반사된 빛과 어둠이 아래의 땅과 한 쪽 건물에도 반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바라보고 있으면 감상하는 독자(관객)로 하여금 평안함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화가가 고심하며 화폭에 채워넣었을 그 당시의 기후와 그 평화로운 정취가 더욱 궁금하고 그 장소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그림입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길드(Delft Guild)에서, 화가의 아들로 태어났던 베르메르에 대한 소개와 약력은 이 앞에서도 두 번이나 소개한 적이 있으므로, 이 앞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위 델프트의 풍경과 아래 르아브르 풍경도 반드시 클릭하여 큰 그림으로 감상하시고, 바탕그림으로도 활용하여 더 현장감 있게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델프트에서 태어나 생을 마감했던 베르메르
베르메르는 1632년 10월 31일, 네덜란드의 델프트 길드(Delft Guild)에서 출생하였습니다. 당시 미술교사였던 화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165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형제가 함께 그 직업을 계승하였습니다.
1653년에 델프트의 화가조합에 등록하여 본격적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43년의 짧은 생애 동안, 화가로서 보다는 거의 예술품 중개인으로서의 수수한 삶을 살았으며, 고향인 델프트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는 실내 정경을 주제로 한 여성적인 느낌의 풍속화들을 주로 그렸는데, 생전의 베르메르는 매우 둔필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각 그림들에서 그의 서명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의 작품에 있어서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또한 베르메르가 그린 대부분의 실내 정경 그림들은 왼 쪽 창가에서 새어들어오는 광선과 빛의 밝기를 잘 활용하여 온화한 가정의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편지를 읽는 여성'(드레스덴미술관)과 '우유 따르는 하녀'(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터번을 쓴 소녀'(헤이그 국립미술관), '레이스를 뜨는 소녀'(루브르미술관), 그리고 '버지널 앞의 여인', '델프트의 거리' 등이 있습니다.
위 베르메르의 그림과 너무도 닮아 있는 아래 그림의 화가, 유진 루이스 부댕은 인상파(외광파, impressionism) 화가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바다와 해변 풍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풍경화를 많이 담아 남겼던 화가이기도 합니다.
▲ 프랑스와 여행중에 르아브르에서(Le Havre la tour Francois), Oil on canvas, 1854, 10 x 15 1/2 inches (25.4 x 39.4 cm), Private collection ⓒ 2008 Boudin(저작권 시효 말료된 작품, 자유롭게 활용 가능함)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의 스승이기도 했던 부댕의 약력을 먼저 소개합니다.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입니다. 모네가 5세 되었을 즈음에 르아브르(Le Havre)로 이주한 뒤, 세느강 하구에 있는 항구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이 때, 해변의 풍경을 주로 그렸던 부댕이 모네를 만나게 되었으며, 야외에서 햇빛 묘사에 대한 초보적인 화법을 가르쳤습니다. 이로 인하여 부댕은 모네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특색있는 부댕의 화풍이 그의 뒤에 온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그를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인정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상주의 선구자로, 바다와 해변의 하늘 풍경화를 주로 그렸던 부댕
부댕은 1824년, 프랑스의 항구도시, 옹프륄(Honfleur)에서 항구 도선사(harbor pilot)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835년 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르아브르에 정착하였으며, 그 곳에서 그림 수업을 받았습니다.
1838년부터 상점에 그림을 그려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화가로도 활동을 하였던 셈입니다. 이때 밀레(Jean 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이 방문하여 이 곳 상점에 전시되었던 부댕의 그림들을 감상하였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1844∼1849년까지 르아브르에서 그림 도구점(畵材店)을 경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 파리를 여행하며, 밀레, 쿠르베(Gustave Courbet, 프랑스, 1819~77), 코로(Camille Corot, 프랑스, 1796-1875) 등과 사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후에 마네(Edouard Manet)와도 자주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부댕은 1959년에 살롱(Salon)에서 처음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그 후 르아브르로 돌아왔고, 고향인 옹프륄의 풍경에 정이 들어 해변의 풍경화만을 그렸습니다.
주로 북프랑스의 노르망디(Normandy)나 브리타뉴(Brittany)지방, 네덜란드(Holland), 벨기에(Belgium) 그리고, 베니스(Venice)의 해변을 여행하며 그림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해변의 밝은 대기를 즐겨 묘사하여 빛나는 외광(外光)을 시원하고 신선한 색채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1874년에는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하였으며 그 뒤에도 자주 그들과 함께 전시회를 갖곤 하였습니다. 1889년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아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투르빌의 해안", "로테르담 풍경"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광활한 하늘 풍경에 여유로움을 담아낸 두 그림
위 부댕의 그림을 보면, 매우 한가롭고 조용합니다. 저녁 무렵으로 보이는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낮은 농도의 빛과 명암으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기의 생동하는 느낌과 하늘이나 구름이 실제 흘러가는 듯한 시간의 흐름을 힘있는 텃치로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신비하리 만큼 닮아 있는 위 두 그림의 공통점을 살펴 보아야겠습니다. 우선은 대지와 운하를 화폭의 1/3 아래에 배치한 것과 푸른 하늘과 시원한 구름의 기운을 화폭의 2/3 위로 배치한 구도가 그렇게 닮아 있습니다.
또한 물빛과 구름을 감상하느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대지와 하늘을 연결하고 있는 듯 중앙 아래에 배치된 건물과 배의 위치와 그 모습까지도 그렇게 닮아 있습니다. 특히 독자들에게 드넓은 하늘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똑같이 안겨 줍니다.
여기에서 시점을 비교해 보면, 위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한 낮의 정경으로 보입니다. 반면, 아래 부댕의 "르아브르 풍경"은 빛이 누그러진 해질 녘의 광경으로 보입니다.
다만, 구름에서 반사된 빛의 위치가 다릅니다. 위 베르메르의 풍경은 건물의 오른 쪽과 뒷 쪽으로 밝은 빛이 비춰지고 있으며, 반면, 아래 부댕의 풍경은 건물의 왼 쪽과 앞 쪽, 그리고 구경하는 인물들에게 반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사된 빛에 따라 만들어진 명암의 위치와 밝기가 두 그림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위 베르메르는 하늘 아래 먹구름을 크고 풍성하게 표현하여 여유로움을 마감하고 있으며, 아래 부댕은 하늘 아래 구름을 멀리 작고 수평적으로 표현하여 해질 녘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였습니다.
위 두 그림은, 약 200년이라는 세월과 시대를 달리하여 다른 장소에서 그린 다른 두 화가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대에 그렸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더불어 두 그림을 함께 감상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감성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더불어 시공을 초월한 두 화가의 닮아있는 그림은 우리 인간의 정서와 감동도 시공을 초월해 비슷하게 유전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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