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빛은 곱고 맑고 좋은데 선거가 있던 휴일이어서인지,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점심 약속을 챙기며 마음이 더 바빴던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밀렸던 글도 좀 쓰고, 요즈음 가장 큰 숙제거리가 되어버린 중국어도 좀 예습하려 했는데, 어느 것 하나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온종일 부산하였습니다.
온 천하 만물이 온통 봄 기운으로 물들었습니다. 위 이철수님 말씀처럼, 대지 위에도, 서 있는 나무마다에도 봄 기운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와 진달래도 산천지에 흐드러졌고, 여기 교정에 핀 분홍빛 진달래와 샛노란 봄 빛 개나리도 역시 곱고 곱습니다.
▲ 이철수 엽서, 진달래 꽃 잎 앞에서 낯 붉어지는 봄 날
또한 제 방 창문 바로 앞에 활짝 핀 벚꽃은 봄 비와 함께 꽃 비되어 내립니다. 이 고운 봄 기운을 질투하는 비가 세차게 불어쳐도 이 비바람을 반기는 양, 한들한들 긴 팔 뻗어 손 흔드는 것처럼 마냥 즐거워 보입니다.
도서관 앞 백목련도 활짝 피었습니다. 솜털같은 모자를 쓰고 있던 봉우리들이 촛불처럼 우윳빛 미소 가득 밝고 환합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다 지고 말 여리고 연한 목련 꽃잎들의 춤사위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엽서, 봄기운이 곱고 고운 키 낮은 민들레
사실, 지난 2주 전, 3월 말 경에 교정에서 제일 먼저 핀 진달래의 분홍빛을 제 작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또한 지난 주, 4월 초에 고개 내민 백목련의 우윳빛과 기숙사 잔디 밭에 수줍은 듯 고개 내민 민들레의 연노랑빛 역시 눈과 마음에만 담아두기 아쉬어 카메라에 찍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부터 흐드러지게 활짝 핀 벛꽃의 연분홍빛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제 카메라에 담아 놓았습니다. 모든 분들께 소개하고 감상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아 공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봄 밤처럼 그 빛깔이 곱고 또 곱습니다.
▲ 이지누 사진작품, 민들레의 속살
구슬처럼 작고 딱지처럼 키 낮은 민들레 꽃의 속살이 이렇게 여리고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온 천지가 이 한 민들레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봄 기운이 온통 이 민들레의 여린 빛깔에 취한 듯, 그 아름다움이 무척 황홀하게 만듭니다.
위 "민들레의 속살"과 아래 "솜털 민들레의 사랑" 두 작품은 지난 2003년에 받아 고이고이 간직해오던 것입니다. 이지누님이 한 달에 두 번씩, "예이지(옛날과 지금)"란 이름의 소식지를 발간하여 "우리땅 밟기" 회원들에게 보내주셨던 바탕화면 사진들입니다.
반드시 클릭하여 큰 사진으로 감상하시면 정말 실감날 것이며, 컴의 바탕화면으로 활용하시면 사무실이나 방에 봄 기운이 한가득 번질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지누님의 이 두 사진을 보고는 사실 숨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서정을 닮은 짙노오란 민들레 꽃
우리 산하 들녘, 가장 키 낮은 자리나 시골 담벼락 밑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꽃이 민들레일 것입니다. 더불어 그 낮고 작은 소박함이 우리 민족과 우리네 서민들의 삶을 무척 닮은 꽃입니다.
위 이지누님의 사진은 시골 새악시의 수줍은 미소를 떠올리게 하며, 그래서 민들레의 순정이 느껴집니다. 진노랑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삶과 흑백에서 느낄 수 있는 질박한 삶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그 존재 가치가 평등하듯, 위 민들레의 모습도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진솔한 삶이 그렇듯, 민들레의 여정에 내포되어 있는 희망과 아름다움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멋진 사진들을 선물해 주신 이지누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덧붙입니다. "우리땅 밟기"란 누리집을 꾸리면서 우리 산야의 아름다운 곳곳을 직접 누비는 운동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이 우리땅 밟기를 통하여 사진에 담아둔 우리 들판의 아름다운 향기와 소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출간된 대표작으로 "민속학과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집이야기"와 "절터 톺아보기"가 있으며, 이 외에도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잃어버린 풍경",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 등 다수의 사진집을 출간하였습니다.
나무나 꽃 그리고 바위나 안개와 같은 것들은
서로 서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뿐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늘 모난 행동만 저지르고 마는 것은
아직 삶에 애틋한 집착이 커
스스로가 견고하게 묶어 놓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겠지요.
--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가운데에서 --
위 이철수님의 그림 엽서 두 점과 이지누님의 사진 두 점만으로도 이미 제 마음 따듯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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