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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의 정 가운데를 딱 지나고 나니, 마음이 다급해져서인지 자잘한 것에는 시선이 덜 갑니다. 공기처럼 매일매일 말하고 사용하고 있기에 일상에서는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말이 더 그런 듯 합니다. 오랜만에 우리말의 뿌리를 들춰보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고마운 독자들이나 이웃 블로거들 가운데에도 도토리나 상수리, 메밀과 같은 "묵"이란 우리 고유의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여름엔 밥 대신에 간편한 끼니 거리로 애용할 만큼, 물론 저도 묵을 무척 좋아합니다.

     우리말 뿌리, "도토리"의 어원

   며칠 전에도 식구들과 왕복 2시간 쯤 소요되는 거리의 동네 뒷 산을 오르 내린 뒤, 산 밑에 자리잡은 토속적인 식당에서 얼음을 갈아 넣은 "묵 밥"을 먹었습니다. 그 때의 그 시원함과 고소한 맛이 지금도 입가에 맴돌아 입맛이 다시게 됩니다.

   가을 들어서면 이따금씩 직접 쑤어주시는 어머니표 "도토리 묵"도 잊을 수 없는 맛입니다. 그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쌉쌀해서 다른 어떤 묵보다도 맛있답니다. 그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이 다가올 가을과 함께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이 "도토리"란 단어의 뿌리를 더듬어보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아래 내용은, 2005년 6월에 발간되었던 "새국어 소식"에 실린 홍윤표(연세대)의 글을 요약, 정리한 것이며, 그 내용과 제 생각들을 종합하여 재정리한 것입니다.


꽃과 과일(Flowers and Fruits).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 1869.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New York, USA ⓒ 2008 Monet (저작권과 관련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도토리’는 원래 ‘떡갈나무’의 열매를 가리키며, 오돌도톨한 모자를 눌러 쓴 길죽한 모양의 알맹이입니다. 요즈음에는 상수리나무에 열리는 ‘상수리’까지도 ‘도토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수리는 보통 '상수리 나무'라고 하는 "참나무?"에 열리는 열매로서, 도토리보다 크기가 크고 둥그렇습니다. 

     "도톨-" + "-이"가 붙어 만들어진 "도토리"

   ‘도토리’는 언뜻 보면 그 깍정이가 도톨도톨해서 ‘도톨도톨’의 ‘도톨’에다 명사를 만드는 말인 ‘-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보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합니다. 그러나 도토리를 싸고있는 깍정이가 오돌도톨하지, 그 도토리 껍질에서 나온 알맹이는 오히려 매끈매끈하고 길쭉하며, 밤 껍질에서 나온 밤 알맹이처럼 단단하게 생겼습니다. 

       저(猪) - 돼지
       의(矣) - 의 (‘나의 연필’이라고 할 때의 조사, ‘의’)
       율(栗) - 밤

  
‘도토리’는 “향약구급방(1417년)”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하는데, ‘저의율(猪矣栗)’이란 낱말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한자를 빌려 쓴 것으로 ‘저(猪)’는 오늘날의 ‘돼지’를, ‘의(矣)’는 '속한다'는 뜻의 조사 ''를, 그리고 ‘율(栗)’은 뜻 그대로 ‘밤’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돼지의 밤’이란 뜻이 되며, 이는 ‘돼지가 즐겨 먹는 밤’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멧돼지는 다람쥐만큼이나 도토리 열매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도 밤’이란 낱말은, ‘멧돼지가 즐겨 먹는 밤’이란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도 밤은 그 뒤 15세기에 ‘도토밤, 도톨왐, 도톨밤’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四明ㅅ 누네 듧고 주으려 楢溪옛 도토바 주니라 (履穿四明飢拾楢溪橡)
                                                                  <두시언해(1481년)>
      마다 도톨왐 주믈 나 조차 뇨니(歲拾橡栗隨狙公) <두시언해>


   이처럼 ‘도톨밤’이 되면서 ‘돼지’의 뜻을 가진 ‘톨’과의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도톨밤'의 ‘도톨-’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게 되고 이것이 16세기부터 ‘도토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토리 셔(芧), 도토리(橡) 도토리 (栭) <1527훈몽자회(1527년)>
      도토리와 밤괘 섯것도다(“도토리와 밤이 섞여 있구나!”) <두시언해 중간본 1613년>
      굴근 도토리(稼實) <동의보감(1613년)>
        도토리(櫟實)<역어유해(1690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국화(Chrysanthemums),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 1878, Private collection ⓒ 2008 Monet (저작권과 관련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도토리로 굳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도토리의 뿌리'와 관련한 위의 내용을 종합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돼지가 먹는 밤, 도 밤

   ‘도토리’는 ‘도 밤’ 즉 ‘돼지가 먹는 밤’이란 뜻에서 만들어진 말인데, 이것이 ‘도토밤'이 되고, 다시 '도톨밤’으로 변화되면서 ‘돼지’인 ‘돝’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도톨’에 ‘-이’가 붙어 ‘도토리’가 만들어졌고, ‘도톨밤’에 대치되어 오늘날까지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만약에 ‘돼지가 먹는 밤’이란 원래의 뜻과 그 변화 형태가 그대로 남아 전해졌다면, 그 의미도 다르게 전해졌을 것입니다. 더불어 오늘날 ‘도토리’는 다람쥐가 주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며, 아마도 돼지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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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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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도토리속 참나무 돼지고기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수 있도록

    Tracked from 도토리속 참나무, 시골 돼지 2008/07/16 12:51  삭제

    작으면 어쩜 그렇게 예뻐지는 걸까 싶습니다..^^ 같은 옷도.. 그냥 반팔티에 청바지도 어른옷보다 한참 작아진 아이들의 옷으로 바뀌면 그렇게 예뻐보일수가 없습니다..^^; 제가 자주 찾는 우육님 블로그는 아이들은 참 이쁩니다.. 너무 맑아 보입니다. 얼마전에 보내드린 고기를 가지고 요리한 사진이 올라왔는데.. 요리를 앞에 두고 한껏 달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즐겁습니다.^^ 우육님 블로그- 오삼불고기 이정일님 아이들은 전부 미남들입니다. ^^ 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