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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천지, 신천지, 무릉도원 같은 산수화
본래 ‘소상팔경’이라 함은 중국의 호남성, 동정호의 남쪽 영릉(零陵)부근, 즉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쳐지는 곳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 안견의 소상팔경도는 그 소재를 담은 산수와 관련한 여덟 폭의 그림입니다.
현재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추모재단인 "안견 기념 사업회"에서 그의 대표작인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비롯하여 관련 그림들을 더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래 안견에 대한 소개는 "브래태니커사전"과 "안견 재조명(이건환 외 지음, 1994, 한국미술연감사 )"을 참고해 정리한 것입니다. 그림 감상에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안견의 본관은 지곡(池谷), 자는 가도(可度)·득수(得守), 호는 현동자(玄洞子)·주경(朱耕)입니다. 정확한 출생과 사망년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400년경을 전후하여 태어나 세종대에 활동하고 세조연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화원으로 종 6품 선화(善畵)를 거쳐 정 4품 호군(護軍)에 올랐습니다.
안견파를 이룬 조선시대의 4대 화가
1442년 안평대군(安平大君)의 초상을 비롯하여 "이사마산수도(李司馬山水圖, 1443)", "팔준도 (八駿圖, 1446)",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1447 , 덴리대학 중앙도서관 소장)", "대소가의장도 (大小駕儀仗圖, 1448)", "동궁의장도(東宮儀仗圖, 1448)" 등을 그려 세종대 화단의 제 일인자로 활약했습니다. 사람됨이 총민하고 정박(精博)했으며, 안평대군의 후원으로 옛 그림들을 많이 보면서 그 요체와 여러 대가들의 좋은 점을 취하고 절충해 자신의 화풍을 이룩했습니다.
인물, 화훼, 매죽(梅竹), 노안(蘆雁), 누각(樓閣), 경작(耕作), 말(馬), 해청(海靑) 등을 잘 그렸으며, 특히 산수화에 빼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당시에도 필적할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북송(北宋) 때의 화가 곽희(郭熙)의 화풍을 바탕으로 여러 화가의 장점을 절충하였으며, 많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안견은 소나무 그림을 잘 그리기로도 유명합니다. 이를 비롯하여 특히 산수화에 뛰어났던 그의 화풍은 일본의 수묵 산수화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화풍은 이른바 "안견파"라고까지 불리울 정도로 조선시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의 화가, 안견은 정선, 김홍도, 장승업과 함께 조선시대의 4 대 화가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전해지고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가장 유명한 "몽유도원도>" 외에, "안견 사시팔경도", "안견 적벽도" 등이 있습니다.
오늘 감상하는 안견의 여덟 폭, 소상팔경도 가운데, 위 두 그림은 그 첫번 째와 두번 째 그림입니다. 여기에서 '팔경'이라는 "여덟"과 관련한 숫자에는 셈하는 단위로서의 단순한 의미 뿐만이 아니라, 삼라만상의 대응과 우주의 조화가 담겨져 있는 의미입니다.
삼라만상의 대응과 조화를 표현한 여덟 폭, 팔경도
다시 설명하면, "역경(易經)"의 계사 상(繫辭 上)에는, “하늘은 칠이요 땅은 팔이다(天七地八).”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홀수인 "7" 을 하늘에, 짝수인 "8" 을 땅에 대응시킨 것입니다. "관자(管子)" 오행(五行)에서 말하는 ‘지리이팔제(地理以八制)’라는 것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팔경’의 "팔(8)" 이라는 수는 땅과, 하늘을 포함한 땅의 속성을 함께 담고 있는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위 두 그림은 산간 마을과 산사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들로, 마치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신선들이나 살 것 같은 마을의 풍경처럼 보입니다.
천천히 여유롭게 감상을 해보면, 두 작품 모두 인간들이 사는 속세와는 별개인 듯, 무릉도원이나 신선들이 노니는 세계, 신천지, 또는 별천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그림들입니다. 마을과 산사 주변을 돌아 흐르는 계곡의 수면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배는 마치 구름 위를 날아 노니는 듯, 시간 마저도 정지한 것처럼 고요하며, 무척 여유로워 보입니다.
맨 위 1, 2 폭 두 그림에 이어 "소상팔경도"의 풍경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감상해 봅니다. 위 네 폭의 제목은 ‘산시청람’, ‘연사만종’, ‘어촌낙조’, ‘원포귀범’입니다. 즉, '산간 마을의 저녁 안개', '종소리 들리는 산사의 저녁', '어촌에 깔린 저녁 노을', 그리고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를 주제로 각각 묘사하고 있는 그림들입니다.
저녁 무렵의 한가로운 마을 풍경
가만히 살피고 비교해 보면, 위 네 그림과 제목에서 동일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 그림의 배경으로 삼은 시각은 "저녁 녘"이며, 그 시각 무렵의 붉은 노을에 물든, "한가로운 마을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친 시각입니다. 이렇게 해가 지는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다소 여유로운 주제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넓고 깊은 여백과 통일된 색채감이 주는 풍부한 공간감으로 인하여, 고즈넉하면서도 적막한 풍경이 오히려 더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위에서 감상한 것과 같이, 앞의 네 폭 풍경에 이어, 이제 5번에서 8번까지의 네 폭에 담고 있는 그림을 감상합니다. 이 네 그림의 제목을 살펴 보면, 각각 ‘‘모래밭의 기러기(평사락안)’, ‘호수의 가을달(동정추월)’, 어촌의 저녁노을(어촌낙조), ‘눈오는 겨울(강천모설)’입니다. 그러므로 이 배경들의 공통된 시점과 계절을 살펴보면, "가을과 겨울"입니다.
넉넉함과 고즈넉함을 안기는 풍경
네 그림 모두 한가로운 늦가을과 고요한 서정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풍경 그림입니다. 역시 한가로움과 고즈넉함이 주는 서정과 원근법을 통한 공간이 주는 여백의 풍부함이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전체적인 풍광은 밑 그림을 그려 넣거나 세세하게 덧칠해 그리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의 공간을 그려넣지 않고 생략함으로써, 그 사이의 여백에 바위나 나무, 집과 같은 건물, 배 등을 구름에 띄우 듯, 원근법을 살려 각각의 주요 소재를 채워 넣었습니다.
이렇게 배치한 구성과 붓으로 묘사한 담백한 농담으로 원근법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래서 화폭 전체에 훨씬 더 넓고 넉넉한 공간과 풍부한 여백의 느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상하는 독자에게 여유로운 대자연의 품안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바로 위 마지막의 두 그림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여덟 폭의 각 풍경을 살펴 감상하였습니다. 그림의 가운데에는 배나, 비, 달, 노을, 눈, 집이나 누각, 소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나무들, 바위, 다리, 기러기를 포함한 각종 산 새들 등, 이 외에도 사람을 주요 소재로 곳곳에 적절히 배치하여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운동성과 음악성을 부여한 살아있는 풍경
이런 살아있는 소재들을 등장시킴으로써, 그림 안에 시간을 타고 흐르는 아주 느릿느릿하지만 동적인 느낌과 살아 숨쉬는 생명성을 부여합니다. 더불어 비 오는 소리나 풍경소리를 더하여 적막한 느낌 안에 음악성을 되살린 작품입니다. 보고 즐기는 그림에 더하여 들리는 그림을 지향했던 것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점도 역시 여유로움에서 출발합니다. 즉, 가을과 겨울, 그리고 저녁 녘이나 황혼, 또는 밤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충분히 넓고 깊은 여백의 미와 함께 마음의 여유를 불러 일으킵니다. 더불어 감상하는 독자들에게 호젓한 명상을 자아내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이처럼 "소상팔경도"의 각 화폭을 지배하고 있는 고요함과 적막감은 8폭의 다양한 경치를 하나로 묶는 경향성과 통일성으로 연결됩니다. 더불어 각각의 화폭은 완결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화폭과 연관되어 더욱 ‘완전한 전체’로 완성됩니다. 이는 위 작품들을 보고만 있어도 한결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림처럼, 이 여름 휴가 기간에 맞추어 때로는 여유롭고 고적한 시간을 보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차 한 잔이 곁에 있어도 좋을 것이며, 얇은 그림 책이나 수필집 한 권이 곁에 있어도 좋을 듯 합니다. 그래서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위 그림들은 중국 화북지방의 기상(氣象)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에는 대부분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우리의 겨울 가운데 가장 추웠던 대한(大寒) 즈음을 상상하면서 이 더위를 잠시 잊어보면 어떨까 싶어, 이 계절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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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Blogger's Column - 여유로운 풍경, 소상팔경도 - 안견(安堅, 조선전기) - 초하뮤지엄.넷
Tracked from 미술관에 놀러가자 - GalleryInfo.co.kr 2008/08/06 21:48 삭제GalleryinfoBlogger's Column여유로운 풍경, 소상팔경도 - 안견(安堅, 조선전기)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나무사이"란 블로그를 꾸려가고 있는 나무 님의 주문이 긴- 여운처럼, 자꾸만 머릿 속을 떠돌아 다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여유로운 감상을 위한 "여유로운 풍경"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그림이 조선 전기의 화가, 안견(安堅)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입니다. 별천지,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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